문화 전시·공연

박성민의 아이스캡슐전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6.05 10:40

수정 2014.11.07 02:33

극사실화가 박성민(41)은 디자인으로 미술에 입문한 뒤 남보다 10년이나 늦게 화가로 변신한 늦깎이 작가다. 지난 2004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으며 혜성처럼 나타난 그는 투명한 얼음 속에 청미래 줄기를 극사실로 그려왔다.

박성민은 오는 12일부터 21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박영덕화랑(02-544-8481)에서 열리는 세번째 개인전에서 한결 원숙한 아이스캡슐 시리즈를 선보인다. 이전의 작업이 투명한 얼음 속에 담긴 덩굴 잎을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렸다면, 이번 작업은 고풍스러운 이조백자 속에 담긴 청미래 줄기나 딸기가 얼음을 뚫고 풋풋한 생명을 뽐내고 있는 게 특징이다. 생명체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얼음조각 속에 담아내어 ‘영원한 존재’로 재탄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이 같은 기법은 물론 극사실주의에 속하지만, 그의 작업 방식은 일반 극사실주의와는 확연히 다르다.
대개의 극사실화가들이 대상의 사진을 찍어 카메라 렌즈에 비친 모습을 화폭에 담는다면, 그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머릿 속의 상상을 극사실로 옮긴다.
시간의 흐름에 반항하며 순간을 정지시키는 얼음의 속성과 차가운 얼음조각을 뚫고 나온 이파리나 딸기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생명체의 아름다운 신비를 드러내게 된다.

작가는 “얼음조각 속에 피어난 생명체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모습에서 우리가 잊고 지내는 생명의 고귀함을 깨달았으면 한다”고 말한다.


한편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뱉어내는 작가 박성민은 늦깎이 화가이지만, 한국현대미술제와 한국국제아트페어를 통해 입지를 굳혔으며, 내년 2월에는 독일 뮌헨에서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noja@fnnews.com노정용기자

/사진=박성민의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