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60년,우리 생활을 바꾼 발명품]

밥솥

‘금강산도 식후경’ ‘밥이 보약이다’ 등 밥과 관련된 속담이 우리나라엔 많다. ‘밥=건강’ 이란 공식이 성립될 만큼 우리나라의 주식인 밥은 중요하다.

‘밥심’으로 사는 한국인들에게 전기밥솥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특히 요즘 같은 무더위에 매끼 준비 때마다 불 앞에 서서 밥 뜸을 들이랴, 불 조절 하랴 생각만 해도 지친다. 전기밥솥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빠르게는 10분 안에 밥이 완성돼 우리의 삶을 한층 편리하게 했다.

전기밥솥이 일반가정에 보급돼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70년대부터다. 그 당시만 해도 어떤 밥솥을 사용하는지는 ‘부의 척도’가 되기도 했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일본 조지루시의 코끼리 밥솥은 주부들의 ‘로망’이기도 했다. 일본으로 출장이나 여행을 갔다 오는 사람들 손에는 으레 코끼리 밥솥이 들려 있을 정도였다.

이후 80년대 중반부터 지금은 휴대폰, 액정표시장치(LCD)를 주력으로 삼는 삼성, LG 같은 대기업들이 ‘밥솥 국산화’를 특명으로 내걸고 잇따라 신제품을 내놓았다. 90년대 중소기업인 쿠쿠홈시스, 리홈 등이 이끌어 가던 국내 밥솥 업계는 일제 코끼리를 완전히 물리치고 식탁 위를 차지했다. 한국인 입맛에 맞는 차진 전기압력밥솥이 나온 시기도 이때부터다.

■80년대 이전엔 취사 따로 보온 따로

우리나라 밥솥의 개발 변천사를 보면 처음에는 보온기능만 있는 ‘밥통’이 주를 이뤘다. 1970년대까지는 가스나 아궁이에서 따로 밥을 지은 뒤 보온만 따로 하는 밥통으로 옮겨 놓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후 80년대부터 일본제 조지루시 밥솥이 널리 퍼지자 당시 LG전자는 다년간 실험 끝에 일본 제품에 맞설 밥솥을 야심차게 내놓았다. 당시 제품은 취사 기능만 있는 ‘라이스 쿠커’로 보온 기능이 따로 없어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취사 버튼 눌러 밥이 다 지어지면 보온밥통에 밥을 퍼 넣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있었다.

이후 취사와 보온이 함께 가능해져 지금 기준으로 ‘전기밥솥’으로 부를 수 있는 제품이 상용화되면서 마이크로 컴퓨터 회로가 내장된 ‘마이콤 밥솥’이 등장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마이콤 밥솥은 취사가 시작되면 쌀의 양을 판단해 자동으로 쌀의 양에 따라 적절한 화력을 조절하고 밥짓기가 완료되면 자동으로 뜸을 들인 뒤 보온으로 전환돼 당시 주부들로부터 최고의 명절 선물로 꼽히기도 했다.

‘차진 밥맛으로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는 구호를 앞세워 전기압력밥솥이 등장한 것은 1990년 후반. 몇몇 가정이 쓰던 가스압력밥솥에서 힌트를 얻어 개발에 성공한 전기압력밥솥의 등장은 물 조절, 가스불 끄는 시점 등을 정확히 알 수 없어 밥을 맛있게 짓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했던 가스압력밥솥을 단숨에 몰아내고 최고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버튼 하나만으로 편리하고 간단하게 차지고 맛있는 밥맛을 낼 수 있는 점이 먹힌 것이다.

부방테크론 리홈 관계자는 “압력밥솥이 처음 나왔을 때 일반 밥솥은 시장점유율이 줄어드는 추세로 돌아서고 재구매 고객은 거의 다 압력밥솥을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면서 “부슬거리지 않고 꼬들꼬들하고 차진 밥맛을 내는 효과 때문에 인기를 모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압력밥솥과 일반밥솥 비율이 55대 45 정도”라고 지적했다.

전기압력밥솥은 가열 방식에 따라 열판식과 유도가열IH(Induction Heating) 방식으로 나뉜다. 일명 통가열 방식이라고 잘 알려진 IH전기압력밥솥은 기존 가열 방식과 달리 장작불을 지핀 것처럼 강한 화력으로 찰지고 구수한 가마솥 밥맛을 그대로 살려내면서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다.

■최근엔 내솥 전쟁 가열
최근 제조업체들은 밥솥 안에 들어가는 내솥 재질에 따라 밥맛이 달라진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기능보다 내솥을 통한 차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내솥 성분이 무엇인지, 두께가 어떤지, 몇 중으로 코팅이 되어 있는지 등을 놓고 국내 밥솥 업체들이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특히 고객 입맛과 밥맛을 더욱 좋게 하기 위해 황금동·천연곱돌 등 다양한 소재의 내솥이 개발됐다. 일례로 쿠쿠홈시스가 출시한 ‘일품석 IH전기압력밥솥’은 국내 최초로 돌솥의 주 재료로 사용되었던 천연곱돌을 100여 번의 공정 과정을 거쳐 내솥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제품으로 밥을 더욱 차지고 고소하게 익혀준다. 이 밖에 황동내솥, 9겹 황금내솥 제품도 나와 있다.

최근엔 밥솥이 종합 ‘토털 쿠커’로 많이 쓰이면서 우리 생활을 한층 편리하게 하고 있다.

젊은 주부들이 전기밥솥에 갈비찜, 삼계탕 재료들을 넣는 걸 보면 일부 시어머니들이 깜짝 놀란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전기압력밥솥이 단순 취사 기능 이외 다기능 조리기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편리할 뿐만 아니라 영양소 파괴가 적어 잡채, 갈비찜 등 다양한 음식을 조리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출시되고 있는 밥솥에는 홍삼 메뉴, 삼계탕 메뉴 등 웰빙 메뉴가 한층 업그레이드돼 활용도가 훨씬 다양해졌다. 명절이나 손님 방문 등 한 번에 많은 밥이나 요리를 해야 할 경우에 대비해 2대씩 준비해 놓는 가정도 많다.

까다로운 현대인들의 입맛과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기능의 밥솥들도 개발됐다. 바쁜 직장인들을 위해 쾌속 취사 시간을 국내 최단인 9분까지 단축한 ‘쾌속취사 밥솥’, 웰빙을 중시하는 이들을 위해 일반 현미를 직접 발아시키는 ‘발아현미밥솥’도 시장에 나와 있다.
또 개인 컴퓨터(PC)와 밥솥 간에 데이터 정보를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최첨단 ‘네트워크 쿠킹 기능’을 갖춘 밥솥이 개발돼 제품과 함께 제공되는 범용직렬버스(USB) 장치를 컴퓨터에 꽂기만 하면 밥솥에 다 담을 수 없었던 수많은 요리법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어 재료를 밥솥에 넣고 버튼만 누르면 원하는 요리가 완성된다. 사용자와 제품간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해 취사 횟수와 메뉴, 보온 환경 등 밥솥 사용에 관한 거의 모든 데이터를 알 수 있어 가정의 식사 습관 점검을 통한 건강관리도 할 수 있다.

쿠쿠홈시스 관계자는 “전기압력밥솥은 단순히 보온과 취사 기능을 담당하는 가전제품이 아니라 다기능 만능 조리기구, 가족의 건강을 관리해 주는 웰빙 가전으로 우리들의 삶에 자리매김했다”면서 “빠르게 변화되는 라이프스타일에 발맞춰 출시되는 하이테크 기술의 전기압력밥솥은 우리들의 요리문화까지도 바꿔 놓고 있다”고 말했다.

/yangjae@fnnews.com 양재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