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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컨퍼런스 석학에 듣는다] <3> 한스 블롬스타인 OECD 채권시장·공채관리

채지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9.02 18:45

수정 2014.11.06 03:07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용위기는 금융권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채권시장 및 공채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한스 블롬스타인은 신용위기를 촉발한 주범으로 금융 및 자본시장의 고질적 문제로 지목되는 ‘위기관리의 부재’를 꼽았다. 단기 성과에 의해 큰 보상이 보장되는 현재 금융권의 제도 아래서는 위기관리 능력이 빛을 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블롬스타인의 지적.

그는 “오직 결과에 의해서만 성과가 평가되고 이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금융권은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상품의 질과 그 파급효과를 고려하거나 경기 상승기에 하강국면에 대비하는 일에 소홀해 왔다”고 말했다.

국제적인 경기둔화와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된 미국의 주택시장 침체를 야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를 비롯한 파생상품 부실에 대해서도 문제의 일부분이 될 수는 있지만 근본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 블롬스타인의 입장이다.

블롬스타인은 “금융기관들 자체가 구조적 결함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부실이 확대됐을 뿐이며 파생상품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며 “모든 잘못에는 동기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미 금융위기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국책 모기지기관 패니매와 프레디맥 부실 사태에 대해서도 블롬스타인은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양 기관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패니매와 프레디맥 사태는 블롬스타인이 주창하는 ‘리스크 패러독스’의 대표적 예가 될 수 있다. 리스크 패러독스는 금융산업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한 기관이나 특정 분야에서 홀로 완전히 실패할 수 없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블롬스타인은 “금융거래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기술적 위험이 증가하는 가운데 금융환경에 관련된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은행뿐 아니라 투자기관, 사모펀드 등 다양한 기관의 위험이 서로 연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패니매, 프레디맥의 경우도 경제 전반에 걸친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조속한 해결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블룸스타인은 강조했다.

그는 “부실자산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이 신속히 강구돼야 한다”며 “부실자산 처리를 전담하는 새로운 기관 설립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제안했다.

블룸스타인은 보다 강력한 정부의 제재와 통제, 간섭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 외에 리스크 패러독스의 폐해를 줄이고 위험과 자본의 효과적 분배를 위한 방법으로 규제기준 강화방안이 제시됐다. 위험관리, 운용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체계적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블룸스타인은 “도덕적 해이가 만연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와 함께 신용평가사의 평가태도 및 대출, 투자자산에 대한 은행의 내부등급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는지도 엄밀히 점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계기준이 국제화되는 가운데 정책은 위험운용, 절차, 감독과 일치돼야 하며 시장의 위험성을 부추기는 단기적인 인센티브, 보상제도 등은 과도한 수준을 넘지 않도록 적절하게 배분하고 통제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블룸스타인은 현재의 금융위기가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일반적 통념이어서 얼마나 더 가야할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그는 “금융위기가 지속될지 여부는 아직 말하기 이른 단계”라며 “하지만 만약 정부가 총체적인 금융개혁을 이루지 못한다면 위기상황은 앞으로도 수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블룸스타인은 특히 부실자산 처리의 조속하고 적절한 해법을 금융위기 타개의 선결요건으로 꼽았다.

/jiyongchae@fnnews.com 채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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