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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委 위원장에 듣는다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9.15 21:48

수정 2014.11.06 01:03



규제개혁의 전도사가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국경위) 사공일 위원장이 그 주인공. 사공 위원장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아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각종 규제를 찾아내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사공 위원장은 특히 대통령 주재로 매달 회의를 개최해 불필요한 규제를 찾아내는 것은 물론, 그 규제가 실제로 폐지됐는지 확인작업까지 진행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정권 초기 바쁜 와중에도 매달 열리는 회의에 한 번도 빠짐없이 참석해 사공 위원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사공 위원장은 지난 10일 서울 세종로 KT빌딩 집무실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그간 국경위 성과와 향후 나갈 방향에 대해 소상히 밝혔다.

대담 : 송계신 정치경제부장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6개월간 성과는.

▲제일 먼저 중소기업들의 여러 가지 애로 사항을 해결했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들이 산업단지에 들어가는데 길게는 48개월, 짧아도 28개월이 걸렸지만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 6개월로 줄였다. 산업단지 분양가 역시 평균 20∼40% 정도 내렸다. 또 기업들이 창업을 하려는데 조건이 복잡하고 어려웠는데 창업절차도 간소화했다. 과거 5000만원이 있어야 창업이 가능했지만 이제 100원만 있어도 창업이 가능하다. 처벌위주의 행정제재 조치를 대폭 완화, 양벌 규정을 없애 기업들이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금융산업을 선진화시키고 성장 동력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규제개혁을 진행했고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국경위의 규제개혁 성과는 많지만 아직 기업들에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추석 이후에 지방 주요 도시를 돌며 기업들과 직접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6개월 성과에 대한 백서가 나왔지만 1년 뒤 국경위 성과에 대한 백서를 내면 국민들도 놀랄 것이다.

―수도권 규제에 대한 입장은.

▲수도권 규제에 대한 점검과 평가를 할 시기가 왔다. 수도권 규제가 왜 생겼느냐. 국토의 균형개발이라는 중요한 국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수도권 규제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시대에 이런 수도권 규제가 맞는지 고민해야 한다. 수도권에서 밀어 내기식의 이런 국토균형발전책이 과연 도움이 되겠느냐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과거 세계화되기 전에는 ‘국경’이라는 칸막이가 있었지만 지금은 칸막이가 없어졌다. 때문에 수도권에서 밀어낸다고 해서 반드시 지방으로 가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중국, 미국, 아일랜드 이런 곳으로 간다. 세계화 시대에 수도권 규제가 과연 지방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느냐는 것을 다시 짚어봐야 한다. 이 규제로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해외로 나갔으며 우리나라에 들어올 기업들이 다시 외국으로 유턴해야 했는지 봐야 한다. 지방에 교육, 행정 자치권을 더 주고 지방 스스로가 특정 기업을 유치하는 경쟁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부도 도와줄 것이다. 국가균형발전도 중요하지만 국가경쟁력 강화가 더 중요하다. 물론 이 둘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는 좀 더 논의할 문제다.

―금융산업의 규제도 없애나.

▲과거에는 금융은 실물 경제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는 중개기능적 측면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금융 산업자체를 신성장동력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세계 유수한 나라들이 ‘금융허브가 되겠다’ ‘금융 센터’가 되겠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금융허브가 되겠다고 선언했는데 목표는 바르게 세웠지만 기초 작업이 되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국경위는 금융산업에 대해 2차에 걸쳐서 논의를 했다. 금융구조를 선진화시키기 위해 금융산업에 대한 ‘진입’과 ‘영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철폐했다. 과거 금융기관이 새로운 상품 하나를 도입하려고 해도 정부에 사전 허가를 받아야 했다. 그런 규제를 없애고 금융산업 자체가 선진화되고 독립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금융허브가 되기 위해선 국민들의 사고 전환도 필요하다. 외국인이 활동하고 소유하는 것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으면 금융허브가 되기 어렵다. 런던의 경우도 외국인이 대부분의 부동산을 갖고 있다. 소유가 누가됐건 고용해서 실질적 이득이 되도록 해야 한다. 다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건전한 감독’ ‘건전한 규제’는 오히려 강화돼야 한다. 그 대신 필요 없는 규제에 대해서는 강력히 철폐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은 있나.

▲이미 중소기업 지원에 대해서는 회의를 가졌다. 핵심 부품 소재 산업에 대한 기술 개발에 세제지원을 하는 등 지원책을 발표했다. 중소기업이 성장해서 중견기업, 대기업이 되고 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도와주려고 한다. 또한 규모면에서 중소기업이 해야 할 분야는 중소기업이 특화해서 다음 세대로 가업이 승계되고 전문성이 길러지도록 상속세 증여세도 특별히 낮췄다. 더불어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상생 협력관계 정착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소기업과 협업체제를 잘하는 대기업에 대해선 인센티브를 주려고 한다. 이번에 발표한 중소기업 졸업제도 보다 영세한 중소기업에 더 혜택을 주기 위함이다. 재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소기업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지만 중소기업에 지원되는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 분사하고 그런 폐단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기술개발 및 활용도 제고방안은.

▲연말쯤 연구개발(R&D)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을 할 계획이다. 그때 회의에서 기술거래소에 대한 실태와 문제점에 대한 논의도 할 계획이다. 정부는 오는 2012년까지 국가 R&D 예산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5%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총량도 문제지만 R&D 내용에 더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R&D 비용의 배분 과정이 과연 효과적인지 그런 측면에서 점검하기 위해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에서 국가혁신 어젠다를 도출하기 위해 ‘미국을 혁신하라!(Innovate America)’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를 벤치마킹해 ‘이노베이트 코리아’를 만들 계획을 갖고 이미 용역을 줬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국경위의 역할은.

▲세계적으로 온난화 문제, 온실 가스 문제를 해결해 지구를 제대로 보존하고 살려야 되겠다는 것이 관심사다. 이 대통령이 녹색성장을 국민들에게 선언적으로만 말한 것이 아니다. 이젠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세계 모든 나라가 그것을 알고 투자를 한다. 실제로 앞으로 고탄소 배출 위주의 성장은 불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생산하는데 세계 전체가 의무화되면 저탄소 자동차가 아니면 팔지 못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기업은 물론 우리나라 전체가 이런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특히 대체에너지 쪽에 상당한 기술개발과 투자가 필요하다. 기업 스스로가 빨리 이와 관련된 산업에 투자를 해 놔야 미래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녹색성장에 앞장서면 신성장동력 산업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녹색성장에 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이와 관련해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주거나 관련 규제를 철폐하는 등 국경위 차원에서 상당한 논의를 하고 있고 각 부처에서도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규제개혁과 관련해 부처 조율이 중요해 보이는데.

▲규제에 관련해서는 ‘규제개혁위원회’라는 기존 기구가 있다. 규개위는 신설 규제에 대해 점검한다. 국경위는 기존 규제를 없애는 것이다. 국경위는 상당히 덩어리가 큰 규제, 즉 여러 부처가 관련된 규제에 대해 조정을 해준다. 사실 해당 부처에 굉장히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매달 회의를 하는데 안건 자체를 부처 이름으로 부처가 직접 보고하고 발표한다. 대통령이 직접 부처 업무를 챙기는 것이다. 처음에는 옥상옥이라는 지적에 부처들이 불편해 했는데 지금은 부처가 국경위를 스스로 활용하겠다고 한다.

―국경위의 향후 계획은.

▲국경위의 잣대는 글로벌 스탠더드다. 규제개혁을 몇 건 했다고 강조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한 건의 규제를 없애더라도 국제사회는 없는데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을 없애는 것이다. 사문화된 규제를 몇 건 모아야 의미가 없다. 때문에 국경위 직원들은 외국 사례를 찾고 특히 경쟁국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벤치마킹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자리가 외국으로 나가버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경이 자유로워져 일자리도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시대다. 잘하는 나라에 국경위 직원들을 보내서 직접 사례를 연구하도록 하고 있다. 더불어 규제개혁에 대한 일선 공무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려고 한다. 아무리 제도를 바꿔도 현장에서 하지 않으면 안된다. 연말쯤 수요자 입장에서 기업들에 설문 조사해 일선 공무원을 포상할 계획이다. 마일리지 시스템을 도입해 규제 개혁에 앞장선 공무원들이 승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정리=courage@fnnews.com 전용기기자

■사공일 위원장은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사공일 위원장은 이른바 'MB(이명박 대통령의 이니셜)노믹스의 전도사'로 불린다.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자문역으로 활동한 데 이어 당 중앙선대위 산하 경제살리기특위에 고문으로 영입됐다. 특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공동위원장을 맡아 이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다보스포럼 등에 참석, '대한민국 7·4·7' 등 새 정부의 경제비전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맡았다.


경제학자 출신으로 전두환·노태우 정권에서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과 재무부 장관을 역임한 대표적 '시장주의 경제' 이론가로 알려져 있으며 1993년 민간연구원인 세계경제연구원을 설립, 아시아 경제위기의 원인 등에 대해 천착했다. 새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의 물망에 올랐으나 결국 이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 드라이브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경쟁력강화위를 책임지게 됐다.


△68 △경북 군위 △서울 상대 △미국 UCLA 경제학 박사△미국 뉴욕대 교수 △한국개발연구원 부원장 △산업연구원 원장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재무부 장관 △국제통화기금 특별고문 △외교통상부 대외경제통상대사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고려대 석좌교수

■사진설명=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사공일 위원장은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6개월 성과에 대한 백서가 나왔지만 1년 뒤 국경위 성과에 대한 백서를 내면 국민들도 놀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사진=박범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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