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한·일 中企 기술협력 시대 연다] <6·끝> 銅제조 안상 원일사

양재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2.15 17:21

수정 2008.12.15 17:21


동(銅) 제조 전문회사 원일사(대표 심의칠)는 지난해 순도가 기존제품보다 50%나 높고 흠집이 나지 않는 반도체 리드프레임용 ‘동 박판’ 생산에 도전했다. 반도체 리드프레임용 동 박판이란 전원장치용 집적회로(IC)에 사용하는 0.03∼0.08㎜의 얇은 동으로 두께가 얇아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세계적으로 90%가 일본산 동 박판일 정도로 일본산이 많다.

그러나 원일사는 국내에 적당한 기술모델이 없어 연구개발에 어려움을 겪다 일본의 동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한 결과 마쓰오 아리쓰네(72)를 영입했다. 마쓰오는 일본 와세다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동 제조회사 ‘야마하 오린’에서 동제품 관련 개발을 맡은 전문가다. 올 초 내한해 경기도 안산의 원일사를 찾은 마쓰오는 한달에 2∼3일을 한국에 머물며 ‘리드프레임용 동 박판’ 공동개발에 착수했다.


마쓰오와 원일사 김일용 기술이사는 숱한 밤샘 작업을 하면서 연구와 실험에 몰두했지만 초경량 두께의 박판 개발은 초기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두께가 너무 두껍거나 두께가 맞으면 흠집이 생기는 등 시제품을 만들어 보니 들쭉날쭉했기 때문이다. 동을 만드는 주조시스템도 고부가가치 제품인 박판을 만들기에는 공정이 뒤떨어져 있었다.

수십차례 회의와 실험을 계속하며 마쓰오와 원일사는 현재의 단일 주조시스템을 연속 주조시스템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주조 과정을 연속 진행해 외부 물질을 차단하는 연속 주조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라인별로 불량률을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마쓰오는 직접 주조라인을 수십차례 테스트하고 일본의 동 전문가에게 자문하면서 2개의 연속 주조라인을 정상 가동하는 데 힘썼다.

김일용 이사는 “마쓰오와 함께 두 차례나 일본을 방문해 일본 소재회사의 독일 엔지니어로부터 연속 주조설비에 관한 조언을 들었다”며 “그 결과 가동 이틀 만에 불량품이 나와 멈추던 라인이 정상가동되고 생산량도 30∼40%까지 늘어났다”고 말했다.

생산설비가 안정화되면서 리드프레임용 동 박판 개발에 대한 자신감도 높아졌다. 일본에 있는 리드프레임 제작회사에 2가지 동을 납품하는데 전 세계에서 독일 윌랜드, 한국의 원일사 등 3곳만 품질 검수에 합격한 것이다. 독일, 일본 등 소재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으로 가격 면에서는 원일사가 가장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

원일사가 개발한 무산소동을 비롯해 황동, 철동 제품은 이미 세계 시장을 누비고 있다. 생산량의 20%를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홍콩, 베트남 등에 수출하고 있다.
국내 변압기용, 전기부품용, 냉방기용, 자동차열교환기용 동 생산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매출 560억원을 올렸고 올해는 750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리드프레임 동 박판이 개발이 완료되면 이 시장에서 연 100억원의 추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심의칠 회장은 “최근 자동차 용접용 전극에 쓰이는 크롬동을 마쓰오와 공동개발해 초기 제품이 출하됐다”며 “마쓰오가 중국쪽 수요가 늘 테니 대비하라면서 제품 판로까지 조언해 줬다”고 말했다.

/yangjae@fnnews.com 양재혁기자

■사진설명=경기도 안산의 동(銅) 제조 전문회사 원일사 공장 내부 모습. 원내는 원일사 심의칠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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