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녹색처방전 ‘글로벌 헬스케어’/김승중 과학기술부장

김승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1.29 16:33

수정 2009.01.29 16:33



설 연휴 ‘서설(瑞雪)’이 내렸다. 비록 고향 가는 길을 고생길로 만들었고 일부 농가에 피해를 줬지만 상서로운 눈은 경제불황이라는 깊은 늪에 빠진 우리 모두에게 잠시 일상을 잊게 해줬다.

예부터 섣달 그믐날 밤부터 정월 초하루에 내리는 눈을 서설이라고 해 풍년이 들 징조라고 했다. 조상들은 그 말을 믿고 열심히 농사를 지었다. 서설이라는 희망과 정직한 땅을 결합시켜 풍요로운 열매를 일궈낸 것이다. 우린 여기서 신념과 노력이 ‘융합(融合)’되면 ‘나락(奈落)’에 빠진 고난한 삶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얼마 전 이명박 정부는 우리에게 희망 하나를 선물했다. 그것은 바로 10년 후를 겨냥한 먹을거리 청사진이다. 신재생에너지 등 녹색기술 분야 6개와 방송·통신 융합 등 첨단 융합산업 6개, 글로벌 헬스케어(의료서비스) 등 고부가서비스 분야 5개 등 모두 17개 사업을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선정하고 집중 육성한다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이들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면 가치창출 규모가 지난 2008년 222조원에서 2018년에는 700조원대로 늘어난다고 장담했다.

그런데 이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예전부터 미래 핵심산업으로 꼽혀 온 것들이 일부 있다. 5년 전 노무현 정부가 ‘차세대 성장동력’이란 이름으로 발표한 10대 과제도 포함돼 있다. 그래서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비난도 받았다.

하지만 눈에 띄는 새로운 분야도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글로벌 헬스케어. 지금 우리는 보건의료 측면에서 무수한 질환과 싸우고 있다. 유전질환, 만성질환, 뇌질환, 감염질환 등등. 특히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이들 질환에 대한 정복은 더욱 중요한 이슈가 된다. 그래서 의료·제약·바이오가 융합된 글로벌 헬스케어가 중요하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글로벌 헬스케어는 의미가 있다. 세계 의료시장 규모가 이를 웅변해 준다. 정부는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이 2004년 400억달러에서 2012년 1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창출 효과도 19.5명(10억명당)으로 매우 높다.

그럼 이명박 정부가 선물한 글로벌 헬스케어가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이때 갑자기 중국 문화대혁명 때 마오쩌둥이 처음 사용한 ‘반면교사(反面敎師)’란 말이 떠오른다. 그 교사는 바로 노무현 정부의 ‘차세대 성장동력’ 10대 과제다. 민간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연구개발(R&D을 산업화로도 연결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실패한 정책이 되고 말았다. ‘말 잔치’에 그친 셈이다.

그렇다. 이명박 정부가 글로벌 헬스케어를 성장시키기 위해선 획기적인 규제 완화와 막대한 투자재원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먼저 의료와 제약산업을 묶어놓고 있는 각종 규제를 면밀히 파악, 이를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잘라내야 한다. 또 정부의 투자재원 확보와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보건복지가족부가 내놓은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 정책에 눈길이 쏠린다. 해외환자 유치를 허용한 의료법 27조 개정엔 박수를 보낸다. 해외환자 유치의 최대 걸림돌을 걷어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또 제약산업 구조개편 및 R&D와 함께 ‘의료기기기산업 육성’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정부의 글로벌 헬스케어 방향은 옳다. 해외환자 유치만 온전히 진행될 경우 오는 2012년 6000명의 신규고용 창출과 9000억원의 경제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해외환자 유치에 신경쓸 경우 기본 진료와 건강보험 대상 진료 등 공공의료 부문의 약화다.
그럼 이를 해결하는 길은 없는가. 복지부가 세부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의료계 현장과 소비자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면 된다. 여기에 제약·바이오를 융합한 실천 가능형 정책을 내놓으면 된다.
헬스케어산업은 이들 분야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sej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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