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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베트남 투자포럼] 외자유치 봇물..사회주의 감안해야

김한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3.12 17:22

수정 2009.03.12 17:22



【하노이=홍창기 김한준기자】 “어렵지만 희망이 더 많다.”

12일 베트남 하노이시에서 열린 ‘2009 베트남 투자포럼’에 참석한 베트남 당국자들이 한목소리로 주장한 내용이다. 이들은 “세계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베트남도 어느 정도 타격을 입겠지만 대규모 경기 부양책으로 올해 하반기 경기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베트남에 투자하려면 지금이 적기”라고 강조했다.

■가장 유망한 ‘이머징마켓’

베트남의 발전 과정은 우리나라와 흡사하다. 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세계 최빈국이었지만 적극적인 대외개방·개혁정책으로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뤄냈다. 베트남의 최근 10년간 연 평균 경제 성장률은 7.5%이며, 지난해 외국인 투자는 603억달러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우리나라가 과거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면 베트남은 ‘메콩강의 기적’을 일궈낼 기세다.

베트남의 초고속 성장만큼 우리나라와의 관계도 깊어졌다. 1992년 베트남과 수교 당시 5억달러에도 못 미치던 양국의 교역규모는 지난해 약 100억달러를 기록했다. 2007년 현재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 미국, 싱가포르, 대만에 이은 베트남의 6번째 교역국이다.

‘무역의 질’도 나쁘지 않다.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연간 5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대 베트남 무역 흑자 기록은 사상 최대인 57억달러였다.

베트남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투자도 급증 추세다. 2001년 1억900만달러(75건)에 불과하던 투자금액은 △2002년 2억7000만달러(149건) △2003년 3억4400만달러(171건) △2004년 3억7700만달러(170건) △2005년 5억5200만달러(190건) △2006년 26억8300만달러(207건) △2007년 44억6300만달러(405건) 등으로 해마다 늘었다. 지난해 18억300만달러(292건)로 잠시 주춤했지만 이는 세계 경기 침체의 영향이지 베트남에 대한 투자 심리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북부베트남 투자유치센터 호앙 반 후안 센터장은 “한국은 대만, 말레이시아, 일본에 이은 4번째 투자국”이라면서 “삼성, 현대, 포스코, 롯데, LG, GS, 한화, SK, 금호아시아나, LG 등 한국 유수의 대기업들의 투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경기 침체가 오히려 기회

그러나 베트남 경제가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베트남도 세계 경기 침체의 타격을 맞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6.5%의 성장률 목표를 세웠지만 국제통화기금(IMF) 등 전문기관들은 3∼5%의 성장을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올 들어 지난달까지 베트남의 산업생산, 수출, 서비스, 외국인 직접투자(FDI) 등 주요 지표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산업생산은 지난 2개월간 2.5%밖에 늘어나지 않았으며 국내총생산(GDP)의 70%에 이르는 수출도 5.1%나 줄었다. 베트남 중앙경제관리연구소 응웬 딘 꿍 거시경제정책국장은 “세계 경기 악화로 대부분의 각종 지표가 추락할 것으로 본다”면서 “베트남 경제가 큰 도전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다소 불안하지만 베트남 정부는 지금이 오히려 투자의 적기라고 강조한다. 8600만명에 이르는 내수 시장 덕분에 다른 동남아국가에 비해 경기 위축이 제한적인 데다 60억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으로 올해 하반기에는 경기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베트남 중앙은행 응웬 응옥 바오 통화정책국장은 “생산과 수출 촉진, 유동적인 통화정책, 사회안정 정책, 효과적인 행정 절차 등의 방법으로 경제 하락을 막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 유치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숙련된 노동인력 △한국과의 지리적 인접성 △아시아 최고 수준인 정치·사회 안정성 등을 감안하면 투자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주문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황민하 부사장은 “세계 경기 침체에도 베트남의 중요성은 변함없을 것이며 경기침체가 완화되면 투자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할 때는 이렇게

베트남의 상황이 좋다고는 해도 무작정 투자에 나서는 것은 곤란하다. 베트남 정부는 물론 한국 정부,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들은 우선 꼼꼼한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충분히 사전 사업타당성을 조사하고 새로운 투자법과 기업법에 대해 철저히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영문과 베트남어본의 대조 확인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베트남 내 지인을 통한 투자도 절대 금물이다. 책임소재를 명백히 가리기 위해 투자허가는 전문 컨설팅 업체를 이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만성적으로 부족한 전력, 상대적으로 부실한 도로·항만 등도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다.

특히 사회주의 특유의 비효율성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공무원이 권한이 크고 자의적인 법령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이정회계법인 김종신 회계사는 “베트남은 판례가 공개되지 않은 특수성을 갖고 있어 실제 사례를 비교해 보기 어려워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노이 한인회 최봉식 회장은 “베트남은 매력있는 신흥성장국으로 10년 이내에는 선진국 대열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면서 “베트남 투자포럼을 계기로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투자가 크게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ck7024@fnnews.com, star@fnnews.com

■사진설명=본사 주최로 12일 베트남 하노이 대우호텔에서 열린 '2009 베트남 투자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베트남 투자여건 등에 대한 강연을 들은 후 박수를 치고 있다. /하노이(베트남)=박범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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