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돈줄 죌 준비하라는 KDI의 조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5.14 17:04

수정 2009.05.14 17:04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4일 자산버블 가능성을 경고했다. 당장은 확장적 통화정책이 유효하지만 이르면 오는 4·4분기부터라도 시장에 풀린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선제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또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훨씬 긴축적으로 편성할 것을 권고했다.

KDI의 제안은 다소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주가가 오르고 부동산 값이 들썩거리는 등 일부 과열이 나타난 것은 사실이지만 실물 경제엔 아직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무역흑자가 늘고 고용 감소세에 제동이 걸리는 등 지표상으론 호전 기미가 보이지만 이는 환율 또는 예산 조기집행에 따른 착시일 뿐이다. 800조원에 이르는 과잉 유동성은 금융·부동산 시장만 기웃거릴 뿐 정작 투자가 고용과 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사이클은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같은 날 산업연구원(KIET)은 “실물 경기 침체가 최소한 오는 11월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고,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파이낸셜 타임스지와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KDI라고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자산 버블에 대한 선제대응을 강조한 것은 거품의 폐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거품은 우리가 애써 추진 중인 구조조정 작업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경계대상 1호다. KDI는 구체적으로 우선 은행채 매입과 같은 비전통적 방식의 유동성 공급을 철회하고 이후 기준금리도 서서히 올릴 것을 조언했다. 이는 며칠 전 기준금리를 2%로 석달 째 동결하면서 당분간 관망할 뜻을 밝힌 한국은행에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내년 예산의 긴축 편성은 KDI와 정부의 견해가 일치한다. KDI는 내년 성장률을 3.7%가량으로 예측했다. 이는 정부 4%, 한은 3.5%의 중간 수준이다.
돌발 변수가 없는 한 이 정도 성장률이면 올해 추경으로 생긴 재정상의 구멍을 메울 좋을 기회다. 정부는 28조원 규모의 추경에도 불구하고 재정 건전성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으나 개인이든 나라든 빚을 빨리 갚아서 나쁠게 없다.
올해 슈퍼 추경을 편성하는 데 큰 애로가 없던 것도 재정이 튼튼했기 때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