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신울진 원전 1·2호기 건설 ‘핵충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5.21 10:08

수정 2009.05.21 20:46

‘신울진 원자력발전소 1·2호기를 잡아라.’

총 사업비 1조5000억원 규모의 신울진 원자력발전소 1·2호기 건설공사를 놓고 국내 간판급 건설사들이 총 출동해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이 발주한 이 공사는 25일 입찰참가사전심사(PQ) 마감을 앞두고 건설사 간에 막판 짝짓기(컨소시엄 구성)가 한창이다.

특히 정부가 오는 2022년까지 원자력발전소 12기를 추가 건설키로 함에 따라 실적 확보와 함께 앞으로 나올 원전공사 수주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공사는 놓칠 수 없다는 게 건설사들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업체는 최고경영자(CEO)들이 나서 수주를 진두 지휘하고 있을 정도다.

■이합집산, 컨소시엄 구성 ‘안갯속’

신울진 원전 1·2호기 수주전에는 현대건설과 삼성건설, 대우건설이 컨소시엄 구성을 주도하고 있다.

당초 현대건설과 삼성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나 발주처인 한수원이 건설실적 없는 회사를 컨소시엄에 포함시키도록 입찰자격을 변경, 대우건설도 독자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키로 했다.

여기에 두산중공업이 별도로 컨소시엄을 구성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4파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컨소시엄 구성을 놓고 업체 간에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게 됐다. 당초에는 현대건설과 두산중공업, 삼성건설과 대림산업, 대우건설과 SK건설 등 ‘3파전’으로 구도가 정해졌었다.

업계 관계자는 “4파전이 돼야 서로 견제를 할 수 있는데 3파전인 경우 두 개 컨소시엄이 협력해 다른 컨소시엄을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며 “조만간 확실한 컨소시엄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실적사의 경우는 어느 컨소시엄에 참여할지 여부가 여전히 안갯속이다. 미 실적사 중 참가를 희망하는 건설사는 경남기업과 포스코건설, GS건설, 삼환기업, 삼부토건, 금호산업 등이 있지만 어느 컨소시엄에 참여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실적사인 동아건설도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CEO 직접 챙겨 ‘대접전’ 예고

CEO들도 바빠졌다. 동남아 해외현장 방문을 마치고 이날 귀국한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은 앞선 출장기간에도 매일 본사로부터 진행 상황을 보고받았고 이상대 삼성물산 부회장과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역시 상황을 직접 챙기며 수주를 독려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 세 사람은 고려대 동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울진 원전 1·2호기 건설공사를 놓고 한 치의 양보 없는 치열한 수주전을 펼치고 있는 것.

이처럼 CEO들이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정부가 녹색성장의 핵심 사업으로 원전을 꼽았고 세계 각국에서도 원전 건설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어서 향후 시장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기 때문이다.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은 “녹색산업이 신성장동력이고 녹색산업의 핵심인 원전 기술력과 시공경험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면서 “하반기에 아랍에미리트에서 발주하는 60억달러 규모의 원전 건설공사 입찰에 참여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들 회사는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이 불가피해졌으며 수주여부에 따라 앞으로의 원전 건설의 주도권 잡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저가 낙찰→부실공사·품질저하 우려

문제는 낙찰률이다. 2년 전 시공업체를 선정했던 신고리 원전 3·4호기는 낙찰률이 예정가격의 62% 수준에 불과해 해당 건설사는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S사 관계자는 “이번 신울진 원전 1·2호기가 예가의 60% 초반에 낙찰률이 결정된다면 최소 3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면서 “이 때문에 일부 컨소시엄 주도업체는 자금력이 있는 미실적사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P사가 저가 낙찰시 예상되는 손실을 보전해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재정상태가 양호하지 못한 K사 두 곳은 검토대상에서 배제됐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무조건 저가로 수주할 수만도 없다.
발주방식이 최저가Ⅰ방식(세부공종별·업체별 투찰금액 상대평가·저가사유등 주관적 심사제외)으로 낙찰률이 무한정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저가심의를 하기 때문이다.

H사 관계자는 “무조건 가격을 낮게 써 낼 경우 저가심의에서 탈락할 수 있기 때문에 저가심의를 통과하면서 수주할 수 있는 선이 과연 얼마인지를 놓고 여러 가지 변수를 입력시켜 시뮬레이션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저가심의를 하더라도 완전경쟁으로 가면 낙찰률 하락은 불가피하고 이럴 경우 원자력발전소의 품질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어 업체마다 고민스러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hin@fnnews.com 신홍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