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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빅뱅 IFRS 포럼] “전문가 양성부터..회계전문대학원 고려할때”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7.09 21:11

수정 2009.07.09 21:11



“국제회계기준(IFRS)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각계의 충분한 대화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9일 본지가 주최한 ‘회계빅뱅 IFRS 포럼’에서는 ‘IFRS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한 과제와 환경’이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이 열렸다.

토론회에는 김찬홍 한국회계기준원 상임위원의 사회로 김태식 한국공인회계사회 연구위원, 장석일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팀장,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회계기준원과 회계법인, 감독당국, 학계 등 각 분야를 대표한 토론자들은 모두 IFRS 도입은 어느 한 분야의 노력으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론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IFRS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선 전문가 양성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혔다.

김 연구위원은 “많은 사람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IFRS 도입은 자동적으로 해결된다는 환상이 있지만 IFRS를 도입한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가장 큰 문제는 교육”이라며 “영국회계사협회 조사에 따르면 140시간, 즉 하루 8시간씩 한달 내내 교육을 받아야 시스템 운영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현재 우리 기업에선 이러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행 회계기준에서 이행되던 이론 중심의 교육이 IFRS에서는 문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교수는 “규정 중심 회계기준에서는 규정을 잘 적용할 수 있으면 됐지만 원칙 중심 회계기준에서는 원칙을 이해하고 어떻게 잘 적용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면서 “또 IFRS로 작성된 회계정보가 자금조달비용과 기업의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까지 광범위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준 높은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회계 전문대학원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 교수는 “원칙 중심인 IFRS는 사례 구축이 필요하며 IFRS 적용으로 인해 기업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더 우수한 인력을 기르고 IFRS 도입에 대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 IFRS 도입을 앞둔 지금이 회계 전문대학원을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IFRS 도입 불확실성 없애야

금융감독원은 IFRS 도입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기업들이 IFRS 도입을 미루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 금감원 장 팀장은 “IFRS가 조기에 도입돼 정착되도록 불안정성 해소, 세법 개정, 회계 전문인력의 공급 확대 등에 초점을 두고 업무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올해 초까지 외부감사에 관한 법(외감법), 자본시장법은 개정했지만 외감법 시행령 의무대상, 개별 재무제표 작성 등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남아있는 게 현실이다. 단적인 예로 기업들은 IFRS를 도입해 연결 체제로 가더라도 상법, 세법 때문에 개별 재무제표를 내야 해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

세법 문제도 기획재정부가 하루빨리 완결지을 수 있도록 요청할 방침이다.

장 팀장은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세무회계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시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지만 아직 방향이 명확히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가능하면 원칙 중심으로 바뀌는 회계기준을 세법에 응용해 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IFRS 도입에 따른 비용부담 등에 대해서도 과세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세제지원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내년쯤 세법 문제를 마무리짓는 것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우려하는 회계 전문인력 부족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장 팀장은 “금감원이 지난 1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시장을 조사한 결과 21개 회계법인이 400여개의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을 정도로 인력이 늘고 있다”면서 “하반기쯤 대기업들의 IFRS 도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여 대형 회계법인의 인력들이 중소 벤처기업에 투입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충분한 논의와 시행착오가 필요

토론자들은 무엇보다 각계의 충분한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여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자로 나선 김 상임위원은 “IFRS는 진화하고 있다. 새로운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오며 이용자의 입장을 반영해 새로운 내용이 추가 제정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140시간씩 교육을 받고 IFRS에 대한 충분한 준비를 한 전문가들도 실제 실무적용 과정에서는 새로운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회계기준을 마련하는 데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위원은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이 확정되기 전 제정 과정에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면서 “도입 단계부터 금융당국과 학계, 기업, 회계정보 이용자들이 IFRS 도입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그 내용을 서로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IFRS 도입 이후에도 시행착오를 통해 성숙도를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위원은 “홍콩에서는 IFRS 도입이 시작된 시점부터 2∼3년 실무에서 고민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스스로 판단력을 기를 시간적 여유를 줬다”면서 “우리 역시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기보다 2011년 IFRS 도입 이후 2012∼2013년까지 IFRS에 대한 성숙도를 쌓아갈 시간을 주는 것이 성공적인 도입을 위한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kmh@fnnews.com 김문호 이세경기자

■사진설명=파이낸셜뉴스 주최로 9일 서울 여의도 63시티 코스모스홀에서 열린 ‘회계빅뱅 IFRS 포럼’ 패널토론에서는 정부와 상장사, 회계업계, 정보기술(IT) 업체 간 충분한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이날 패널토론 사회를 맡은 김찬홍 회계기준원 상임위원과 토론자로 참석한 김태식 공인회계사회 연구위원, 장석일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팀장,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왼쪽부터) 등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김범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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