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전세난 이대로 방치할 건가/정훈식 건설부동산부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8.06 17:17

수정 2009.08.06 17:17



주택 전세난으로 온 나라가 난리법석이다. 불볕 더위에도 무주택 서민들은 물론이고 올 가을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들도 여름 휴가를 마다하고 단칸 셋방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전셋집이 품귀 현상을 빚고 보증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자금이 부족한 무주택 서민들은 도심에서 외곽으로,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내몰리고 있다. 일부는 전세 대신 목돈 부담이 작은 보증부 월세(일부는 보증금, 나머지 일부는 월세)나 아예 월세로 돌리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서민들의 주거 불안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주택 전세난은 수급 불균형에서 비롯됐다. 수요는 크게 늘고 있는 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공급은 되레 확 줄고 있으니 당연히 물건이 부족하고 전셋값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 이는 근본적인 문제다. 경직된 주택공급시장의 특성상 이를 당장 해소할 뾰족한 대책도 없다.

서울지역의 올해 주택 입주예정물량은 2만9259가구로 지난해 입주물량인 3만9503가구보다 1만가구, 2007년(3만6491가구)에 비해서도 7000가구 이상 적다.

올해 하반기 입주예정 물량은 임대아파트를 포함해 1만4299가구로 지난해 하반기 입주물량(3만9503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전세난 심화…주거불안 가중

더 걱정인 것은 입주 예정물량은 내년 이후 더욱 줄어 전세난이 앞으로도 2∼3년간 지속되고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서울지역의 입주예정 물량은 내년에 2만1322가구로 줄어든다. 이어 2011년엔 1만1648가구로 올해와 내년보다 감소폭이 더욱 커진다. 올해 상반기 주택공급 물량이 지난해 동기의 30% 수준에 그쳤으니 이들 아파트에 대한 입주가 실시되는 2011년 전후에서 입주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전세난의 원인이 근본적인 문제인 수급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당장 전세난을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고 정부나 지자체 등 당국에선 ‘뒷짐’만 지고 있을 수만은 없다. 주거 안정은 서민생활 안정과 경제 회복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전세난과 임대보증금 상승은 곧 국민의 주거불안을 가중시켜 사회불안을 야기하고 나아가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경제회복의 발목마저 잡을 수 있다.

정부 당국은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전세난의 원인을 좀 더 철저히 따져보고 그에 걸맞은 처방을 내놔야 한다.

작금의 전세난은 수급불균형이 근본적인 원인이긴 하지만 주택시장 규제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우선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가로막고 있는 금융규제다. 정부는 집값이 극히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좀 뛴다고 해서 그동안의 부동산 규제완화 행보를 확 바꿔 서울 전 지역에 대한 주택자금 대출을 옥죄고 있다. 대출 규제로 투기성 수요는 물론 일반 실수요까지 틀어막고 있는 것이 문제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일률적으로 강화하자 실제 집을 사고자 하는 실수요마저 막혀버린 것이다. 내집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차단돼 이들이 전세를 전전하면서 전세난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전세시장 ‘선순환’ 구조로 바꿔야

따라서 정부는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 숨통을 틔워 주택시장을 주택구입 증가→전세수요 감소→매물 증가→전세난 완화의 ‘선순환’ 구조로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지역과 주택거래가격, 주택규모 등으로 세분화해서 투기수요는 차단하고 실수요를 진작시키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작은 집에서 큰 집으로의 갈아타기 수요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길을 열어주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주택공급을 늘리는 정책도 서둘러야 한다. 민간부문의 주택공급을 가로막고 있는 분양가 상한제를 조속히 폐지하고 서울지역에서 재건축을 가로막고 있는 소형주택 건설의무 비율 규제도 미세조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1∼2인 가구를 위한 직주근접형의 도심형 생활주택도 제도보완을 통해 더욱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보금자리주택 단지 조성을 좀더 앞당겨 서민형 주택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토대로 서민주거 안정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민 챙기기’ 행보가 딴나라 얘기처럼 들리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