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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中 대학의 장점과 단점/최필수 베이징 특파원

오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9.24 16:49

수정 2014.11.05 11:07



푸른 훈련복을 입은 새내기들이 행진한다. 엄숙한 얼굴의 교관들. 이들을 바라보며 여유 있는 미소를 짓고 있는 선배들. 이것이 새학기를 맞이하는 중국 대학 캠퍼스의 풍경이다. 중국 대학의 신입생들은 3∼4주의 군사훈련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졸업할 때까지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학교 사정에 따라 룸메이트는 4∼8명. 집이 아무리 가까워도 기숙사 생활 원칙에는 예외가 없다.

대학이 생활공동체가 되다 보니 방대한 지원 조직이 필요해진다.
식당, 목욕탕, 슈퍼마켓이 운영된다. 귀향 차표를 싸게 살 수 있는 증서 발급, 고향에서 부친 짐을 맡았다가 본인에게 전달하는 일 등 많은 일을 학교가 책임지고 있다.

잡다한 보조금도 많다. 따라서 학교는 시혜자, 학생은 수혜자라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학생은 규율에 따라야 하며 학교에서 흘리는 정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인민은 많고 자원은 부족하다. 대학생은 국가에 의해 선별된 우수한 인재들이다. 군사훈련을 받는 신입생들의 눈빛은 신성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경제적 빈핍도 이러한 긴장감의 한 원인이다. 1997년부터 대학 등록금이 크게 인상됐다. 그 결과 현재 중국의 대학생은 평균 1년에 학비로 5000위안, 용돈으로 역시 5000위안가량을 쓴다. 용돈이 한 달에 400위안(약 7만2000원) 남짓 되는 셈이다. 베이징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달러를 넘어섰다는 걸 생각하면 대학 교육에 드는 비용은 많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농촌의 가구당 월평균 수입이 약 700위안이란 걸 고려하면 비싸다. 돈 많은 집 아이들도 한 방에서 생활하는 가난한 아이들을 의식해 씀씀이를 줄인다. 술과 담배도 거의 하지 않는다. 재미 있는 사실은 중국 대학 매점에선 술과 담배를 판매한다는 것이다. 구입에 특별한 제약도 없다. 그러나 그것은 교직원이나 노동자를 위한 것이라는 암묵적 전제가 깔려 있다. 캠퍼스에서의 술과 담배 판매를 금기시하면서 실제로는 음주 흡연이 광범위한 한국의 대학과 사뭇 대조된다.

게다가 학적 관리는 엄격하다. 칭화대학의 경우 1년에 F학점을 4개 받으면 바로 퇴학이다. 퇴학 통지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전산 상에서 사라져 버린다고 한다. 휴학이란 것도 기본적으로 없다. 동시 입학과 동시 졸업을 통해 방대한 행정 관리 비용을 절감하려 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학생들은 배수의 진을 친 심정으로 공부를 한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우수하다. 올해 칭화대학 경제관리학원 신입생 중 23명이 각 성시의 대학입학고시 장원이었다. 중국 31개 성시라는 것들이 대부분 남한보다 인구가 많은 덩어리라는 걸 생각해보면 중국 명문대학의 지적 밀집도를 가히 상상해 볼 수 있다.

이제 중국 대학의 경쟁력 요소를 종합해보자. 우수한 인재, 엄격한 학적 관리, 청교도적 면학 분위기. 이런 측면에서 경쟁력을 매긴다면 중국의 대학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약점은 무엇이 있을까. 첫째, 방대한 관료 조직이다. 대학이 학술공동체가 아닌 생활공동체가 되다보니 행정 조직의 권위가 교수의 권위를 뛰어 넘는다. 나이 많은 행정 직원이 젊은 교수를 무시한다. 교수의 학생 선발권도 제약이 많다. 게다가 당위원회라는 공산당 조직이 별도로 존재해 혼란을 가중시킨다. 학과 사무실에서 당위원회가 진행하는 학술 포럼은 잘 모르고 있는 식이다.

둘째, 학생들의 마인드도 경직돼 있다. 엘리트 의식은 높지만 창조적 게으름은 없다. 자기만의 공간이 없는 탓인지 몰라도 일정 수준에 도달한 결과물은 항상 만들어 오지만 개성적인 결과물을 내놓는 경우는 드물다. 학생들의 직접적인 해외 경험은 거의 전무하고 인터넷을 통한 간접적인 해외 경험도 제약이 많다. 유튜브는 국가에서 막아 놨다. 대학은 정보량에 따라 유저에게 요금을 매기는 인터넷 시스템을 사용한다. 이것이 경제적 이유인지 정치적 이유인지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 따라서 경영학 전공 학생들이 야후 파이낸스 정도의 자료를 수집하는 것도 대단하게 여기게 됐다.


대학의 경쟁력이 곧 그 나라의 경쟁력이다. 아마도 사립대학 설립이 허용된다면 중국의 경쟁력은 상당히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중국에 야당이 생기는 것만큼이나 어려워 보인다.

/cp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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