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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日의 사전협의 (네마와시) 문화/ 최동원 도쿄 특파원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0.08 18:04

수정 2009.10.08 18:04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 중 ‘네마와시’라는 문화가 있다.

네마와시란 원래 ‘뿌리 주위를 판다’는 의미로 나무를 옮겨 심을 때 뿌리의 일부를 잘라 내어 옮겨 심은 나무가 잘 자라도록 하는 것을 의미했던 말이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부터 회의나 협의 전 관계자들에게 일의 내용이나 의도 등을 사전에 설명하고 이해를 얻어내는 사전협의의 의미로 사용되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정계, 비즈니스는 물론 학계에 있어서조차 어떤 사안을 결정할 때 네마와시가 이뤄진다.

결국 일본사회는 네마와시를 통해 미리 결론을 도출하고 형식을 위해 회의, 미팅 및 회담을 가지는 형태가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다.

네마와시는 관계자들의 의견이나 반응을 사전에 파악해 불필요한 갈등을 피할 수 있으며 보다 많은 사람의 참여를 유도하고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도요타 및 다른 일본기업의 성공에 있어 네마와시 문화가 하나의 성공요인으로 제시될 수 있는 이유도 많은 종업원의 정보 공유와 합의 대안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장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화합을 강조하는 네마와시 문화가 최근의 일본 기업의 경영에 있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느낌이다.

네마와시 문화의 가장 큰 폐해로 지적되는 점은 결론 도출에 있어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급변하는 환경에 있어 기회를 놓치기 쉽다는 점이다.

또한 위험 및 책임회피를 위해 관계되는 모든 사람의 이해를 얻은 뒤 결정되는 특징으로 인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며 의사 결정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단점도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신속하고 책임이 요구되는 대규모의 반도체 사업 및 패널 사업 투자 결정에 있어서의 일본 기업들의 실패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네마와시 문화의 폐해가 나타난 전형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삼성과 같은 강력한 오너회사 형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일본 기업의 의사결정 형태가 네마와시 문화와 맞물리면서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 있어서의 일본 기업의 경쟁우위를 상실시킨 주요 요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신속한 의사 결정이 요구되는 최근의 급변하는 기업환경에 있어 이와 같은 문화적 요인을 어떻게 극복하고 조화시키는가가 일본 기업이 보다 경쟁우위를 갖추기 위해 해결해야만 할 중요한 과제로 보인다.

/cdw@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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