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월드리포트

[월드리포트] 싱가포르 경기침체 끝났나/고은경 싱가포르 특파원

고은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1.26 16:49

수정 2009.11.26 16:49



【싱가포르=고은경기자】 ‘경기침체는 끝났다 (Recession is over).’ ‘6분기만의 희망적인 사업전망(hope after six quaters of business gloom).’ 최근 싱가포르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제목들이다. 싱가포르 언론은 연일 싱가포르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지난해 3·4분기부터 시작된 경기 침체가 올 2·4분기를 기점으로 반등해 3·4분기까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인데 이어 4·4분기 역시 최대 5%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있다.

싱가포르의 지난 1·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14.6%,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10.1% 떨어져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를 기록했다. 이후 2·4분기에는 4분기 연속 적자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로 돌아서면서 전분기보다 22%, 3·4분기에는 14.9% 성장했다. 싱가포르 금융감독청(MAS)은 반등 요인으로 기업들의 재고 비축에 따른 산업생산 증가와 신용, 금융시장 현황 개선이라는 국제적 요인을 꼽았다.


최근 싱가포르 내 172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4분기는 2.3%에서 최대 5%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설문은 3·4분기 이익과 신규사업, 향후 6개월 사업전망을 포함한 것으로 6분기 만에 처음으로 사업 전망이 개선된 것이다.

그 결과 올해 전체 싱가포르 GDP는 지난 4월 최대 6∼9%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에서 2∼2.5% 하락할 것으로 상향 조정됐다.

고용사정도 나아지고 있다. 싱가포르 노동부에 따르면 1·4분기와 2·4분기에 각각 6200곳과 7700곳의 일자리가 줄었던 것에 비해 3·4분기에는 경기 회복과 더불어 총 1만5400여곳의 일자리가 늘어났다. 특히 제조 분야를 제외한 건축, 서비스 분야에서 많은 자리가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의 경기 회복을 이끌고 있는 분야는 생물의학 제조군의 고부가가치 제약군이다. 무역 관계, 여행 분야도 글로벌 경기의 단계적 안정세에 힘입어 향상됐다.

이처럼 싱가포르 경제가 연초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은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한몫하고 있다. 한 설문조사 결과 싱가포르 중소기업들은 정부정책 중 고용장려금과 세금 감면, 부동산세금 환급, 교육지원금, 각종 렌털 환급 등이 사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고 답했다. 또 싱가포르 정부가 섣불리 장밋빛 전망을 하기보다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한 후 경제상황에 맞춰 발빠르게 대응한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오는 2010년 싱가포르 경제는 3∼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 일각에서는 경기부양책을 중단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으며 싱가포르 통상산업부도 글로벌 경기 회복에 맞춰 출구전략을 점진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경기부양책을 지속할 예정이다.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근로자 교육 지원에 수백만 싱가포르달러의 지출을 지속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올해 12월까지만 지급키로 한 고용 장려금을 2010년 6월까지 연장 지급키로 하고 교육비 지원 역시 내년 12월까지 연장하는 한편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키로 했다. 또 기업들이 융자를 쉽게 받을 수 있는 특별 리스크 셰어링 제도 역시 유지키로 했다.

싱가포르는 국가 규모가 작고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진데다 수출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불황을 극복하는데 매우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외부 의존도가 높은 만큼 미국과 독일, 중국, 일본 등 큰 경제 규모를 가진 국가들의 경기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불리하다. 실제 미국의 성장이 1%포인트 후퇴하면 싱가포르에서 0.98%포인트의 저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또 물가상승률은 과거보다 더 빠르게 올라 내년도 물가상승률이 1∼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싱가포르 정부는 각국 정부들이 경기지원책 중단을 검토함에 따라 민간분야 주도의 경기성장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 불확실성 요인이 남아 있다고 보고 있으며 지속적 회복은 여전히 불확실한 것으로 보고있다.


작지만 강한 ‘경제 우등생’ 싱가포르가 내년도에는 확실한 상승기조 경제로 전환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scoopkoh@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