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진정한 사랑의 의미 되새기길/송계신 국제부장

송계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24 17:48

수정 2009.12.24 17:48



메리 크리스마스! 성탄절이다.

올해는 눈 오는 성탄절을 보낼 수 있을까. 눈을 맞으며 유쾌하게 지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해마다 이맘때 가졌던 기대감이다.

눈 때문에 아픈 기억이 있는 사람은 진저리를 칠 지 모르겠지만 눈이 오지 않는 성탄절은 왠지 쓸쓸하다. 눈 오는 성탄절을 포근하게 느끼는 것은 어릴 적 추억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연말연시를 나누면서 보내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이 우러난 결과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베풀고 싶은 마음은 겨울임에도 훈훈함을 맛보게 하는 일종의 최면이다.
성탄절에 사랑을 고백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리라.

성탄절을 연상시키는 대표적인 단어는 그래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인류를 구원하려고 생명을 내놓은 예수의 탄생일이라는 점에서 성탄절의 진정한 의미도 사랑을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예수 그리스도가 자신의 생명까지도 바쳐 인류를 사랑한 것은 ‘아가페’ 사랑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준 아가페적 사랑은 결단하고 행동에 옮기는 희생적이며 의지적인 사랑이다.

사랑의 범주에는 친구 사이에 깊은 우정을 나누는 ‘필레오’ 사랑도 있고 또 보기만 해도 가슴이 콩닥콩닥거리는 남녀간 ‘에로스’ 사랑도 들어있다. 에로스 사랑은 보통 우리가 사랑이라는 말을 떠올릴 때 쓰는 사랑이다. 이 사랑에는 뜨겁고 열정적인 감정이 뒤따른다.

어떤 의미에서든 사랑이라는 말은 참 좋은 단어다. ‘사랑한다’는 한 마디에 쌓였던 감정이 눈 녹듯 사라지니 묘약 같은 말이다. 대부분 성공한 사람들은 부모의 ‘헌신적인 사랑’을 먹고 자란 사람들이다.

하지만 말로만 사랑한다고 하면서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는 사랑은 듣기 거북한 꽹과리 소리에 불과하다. 귀에 거슬리는 소음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사랑에는 참고 인정하려는 의지적인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아야 한다. 말과 행동의 배경과 의도를 이해하려는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참고 들어주는 아량이 요구된다. 인내심이 많은 사람이 성공적인 사랑을 할 수 있다. 오래 참아주는 사랑은 무관심하던 사람도 돌려세울 수 있는 것이다.

사랑에는 상대에 대한 배려도 필수 과목이다. 배려한다는 것은 상대를 인정하는 태도다.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의 으뜸은 자랑하지 않는 것이다. 상대가 자신보다 낫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자기보다 훌륭하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 앞에서는 자랑할 게 없다. 우쭐할 게 없다는 말이다.

겸손하고 온유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성을 낼 수가 없다. 화를 내서도 안된다. 무례한 행동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스스로 낮춰 겸손해야 한다. 낮아지지 않고는 어떤 사람도 사랑할 수 없다. 상대를 무시하고 자기를 높이는 행동은 상처를 준다. 그런 점에서 겸손하지 않고 뻐기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상대의 존재를 드러내는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다. 상대를 높이는 행동은 존경심의 발로다. 존경하는 사람 앞에서는 나쁜 행동을 할 수 없다. 상대를 존경한다는 뜻은 시기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나만의 유익을 추구하지 않고 같이 잘 되도록 해야 사랑하는 사람을 드러낼 수 있다.

우리는 사랑을 입버릇처럼 얘기하면서도 진정한 사랑을 하지 못하는 때가 많다. 불행한 일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큰 문제로 떠오른 인명경시 풍조는 사랑의 결핍 탓이다. 가진 것을 나누지 못하는 이기적인 생각도 진정한 사랑의 기쁨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눈만 뜨면 싸움으로 일관하는 정치판의 치졸한 싸움도 상대를 인정하지 못하고 무시하는 대표적인 사랑 결핍증에 원인이 있다.


이제는 진정한 사랑을 회복할 때다. 사랑이 없으면 인생은 무의미한 것이다.
밀레니엄 10년을 마무리하는 이번 성탄절에는 흰눈이 펑펑 내려 모든 사람이 포근한 사랑을 누렸으면 좋겠다.

/ksso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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