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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월한 원천기술·노하우.. 수백억弗 또 따낸다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28 22:44

수정 2009.12.28 22:44



국내 기업들이 원전 대형 수주에 이어 플랜트, 전력기기 등 에너지 관련 설비 시장에서 수주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매머드급 해외수주는 대부분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유럽계 기업들을 대상으로 따낸 것이어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과거 기술과 경험이 일천했던 한국 기업들이 원천기술 확보와 노하우를 기반 삼아 유럽 등 선진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했기 때문.

특히 에너지 관련 시장이 녹색성장 기조와 맞물리면서 앞으로 급성장이 예고됨에 따라 한국 기업들의 세계시장 수주증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에너지 플랜트 대박 행진 예고

국내 조선업계의 플랜트 시장 공략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이 조만간 유럽 에너지회사의 고정식 에너지 개발용 플랜트 수주를 따내는 것이 확실시되는 점이 고무적이다. 12월 들어 수주 물꼬를 튼 기세를 몰아 새해에도 수주 대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브라질 국영 석유업체 페트로브라스가 오는 2017년까지 420억달러(49조원대) 규모의 해양플랜트를 발주할 예정인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들의 수주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국내 플랜트 경쟁력이 유럽 등 선진국을 추월하는 양상이다. 페트로브라스는 향후 5∼6년간 심해유전개발 사업에 필요한 시추선, 벌크선,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설비(FPSO) 등 240척을 이미 발주키로 공식화했다. 이 가운데 해저 시추선 발주 규모만 57척, 420억달러(49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트로브라스 입찰에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STX조선해양 등 ‘빅4’ 조선사들이 총출동해 경쟁할 예정이다. 아울러 해상 플랫폼 건설과 석유, 가스 운송시설 등 플랜트 건설 분야에서도 국내 건설사 및 엔지니어링 업체의 참여가 기대된다.

게다가 두산중공업은 터키와 요르단 지역에 원전 추가 수출을 준비 중이고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도 수조원대 화학 플랜트 및 원전 추가 수주를 준비 중이다.

■중전기 시장 글로벌 강자로 등극

중전기 등 글로벌 전력발전시장을 겨냥한 국내 기업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효성은 28일 유럽기업의 ‘텃밭’인 중동 전력시장에서 대형 수주를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효성이 이날 따낸 계약은 카타르 전력청으로부터 전력망 확충 9단계의 132㎸ 변전소 3기, 66㎸ 변전소 2기 등 총 5기의 변전소 프로젝트(1300억원 규모)를 일괄입찰방식(EPC)으로 수주하는 내용이다. EPC 방식이란 설계부터 자재구매, 건설까지 일괄적으로 수행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 전 분야에서 뛰어난 사업 수행능력이 입증되어야 가능한 고부가 사업 방식이다.

효성은 지금까지 동유럽, 아시아 등지에서는 EPC 방식으로 수주를 해왔다. 그러나 요구 수준이 까다로운 중동시장에서는 이번 수주가 처음이다.

카타르는 입찰 요구조건이 매우 엄격해 걸프협력기구(GCC)국가 가운데 수주가 가장 힘든 국가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기자재를 유럽이나 일본산만 사용토록 했다. 특히 EPC 부문에서는 지멘스, ABB, 아레바 등 유럽 업체들이 독점해 왔다.

효성은 이처럼 까다로운 카타르 시장 공략에 성공해 앞으로 다른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

조현문 중공업사업그룹(PG)장은 “카타르는 풍부한 자원과 선진금융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어 중동의 새로운 허브로 떠오르고 있는 시장”이라며 “국가전력망 확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카타르 시장에서 EPC 입찰에 성공함으로써 카타르뿐 아니라 추후 다른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초고압 EPC 사업을 확대할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중전기 등 전력관련 국내 업체의 쾌거는 이번만이 아니다. 글로벌 경기부양과 교체 수요 증가로 커진 초고압변압기 시장에서 한국 업체는 지멘스, ABB 등 유럽 업체들과 미쓰비시 등 일본업체를 제치고 이미 강자로 부상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유럽 업체들을 제치고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영 전력청으로부터 2억5000만달러(약 2900억원) 규모의 초고압변압기 공급계약을 따낸 바 있다. LS산전은 수단전력청과 약 200억원 규모의 변전소 기자재 및 관련 기술자료 제공을 위해 구매의향서(LOI)를 체결했다. LS산전은 내년 1월 말∼2월 초께 정식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전선업계도 프리즈미안, 넥상스 등 세계 1, 2위 전선업체가 포진해 있는 유럽으로 직행하고 있다. 일진전기는 최근 국내 전선업계 사상 최대로 유럽에서 약 320억원의 대규모 ‘초고압 케이블’ 수주에 성공했다.
이 수주는 국내는 물론 비유럽 전선업체가 유럽 초고압케이블 시장에서 대규모로 수주한 첫 사례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김경수 조은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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