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지면+삽화 “게임머니 현금거래 무죄” 판결에 게임업계 ‘요동’

백인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1.11 14:10

수정 2010.01.11 14:51


“온라인 게임 아이템과 게임머니는 이용자가 노력이나 실력으로 취득한 정당한 결과물이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획득한 온라인 게임머니와 아이템을 현금으로 사고파는 행위를 불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옴에 따라 게임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고포류를 제외한 일반 온라인 게임의 게임머니와 아이템이 사용자의 노력이 들어간 대가이며, 이에 따른 현금거래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다.

■“이용자가 노력해 얻은 게임머니 환전은 합법”

지난 10일 대법원은 온라인게임 ‘리니지’ 게임머니인 ‘아덴’를 사들여 2000여명에게 되팔아 차익을 얻은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그간 고스톱 등 사행성 온라인게임의 게임머니나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해 획득한 게임머니를 환전하는 경우 게임산업진흥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아 왔지만, 일반 온라인게임 아이템과 게임머니의 현금거래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임산업진흥법에 명시된 환전금지 조항에서 현금거래가 금지된 물품은 ‘베팅 또는 배당의 수단이 되거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로 되어 있는 만큼,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일반 온라인 게임에서 얻은 게임머니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얻을 수 있는 대상이며 사행성이 있는 게임머니와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판단한 셈이다.


실제로 원심은 “아덴(게임머니)의 획득에는 우연적인 요소보다 게임이용자들의 노력이나 실력, 즉 게임에 들인 시간이나 그 과정에서 증가되는 경험이라는 요소에 좌우되는 정도가 더 강하다”고 판시했다.

■게임머니 거래중개업체 ‘안도’…사업기반 마련

이에 따라 겉으로는 막혀 있던 일반 온라인 게임의 아이템 및 게임머니 거래가 양성화의 길을 밟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이번 판결로 온라인 게임아이템 및 게임머니의 중개업을 하는 IMI나 아이템베이 등의 업체들은 ‘합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이들 업체들은 나아가 지난해 보건복지가족부가 청소년 유해매체로 규정한 조치가 어느 정도 완화되길 기대하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11일 공동 보도자료를 내 “온라인 게임머니나 게임아이템 거래행위 및 이에 대한 중개행위에 대한 위법성 논란이 종식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재판부가 사냥과 거래 등의 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게임아이템이나 게임머니 등을 축적해가는 온라인 게임의 플레이 방식을 충분히 이해한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특히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양성화된 게임머니 거래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해외에서 이미 이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업체들도 있다. 지난해 NHN은 북미서 운영하는 게임포털 이지닷컴에서 아이템 및 게임머니 현금거래를 공식적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관련 솔루션 사업자 라이브 게이머와 제휴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넥슨도 일본서 ‘메이플스토리’ 사이트 내에서 아이템 현금거래를 허용해 이용자들이 게임머니를 이용해 아이템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시스템이 국내에도 장기적으로 도입될 수 있는 셈이다.

■게임사 약관변경은 신중…‘오토 머니’ 거를 의무도

물론 이번 판결이 게임머니 및 아이템과 관련된 문제를 당장 해결한 것은 아니다. 게임머니 중개업체엔 새로운 의무가 새로 지워졌다. 판결에 따르면 게임이용자가 일반 온라인 게임에서 벌어들인 돈이라도 자동 프로그램(오토) 등을 이용해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얻은 게임머니는 현금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만큼, 중개업체는 오토로 벌어들인 게임머니가 거래되지 않도록 걸러내야 하는 셈이다.

또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게임업체들의 약관에 있는 게임머니의 현금거래 금지 조항이 당장 사라지지는 않을 모양새다. 그간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업체들은 약관을 통해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사고팔 수 없다고 규정해 이를 어긴 이용자들의 계정을 압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 왔다. 대다수 게임업계에서는 대법원 판결이 약관을 완전히 무효화시키는 것은 아니나 향후 공정위 약관심사시 공정성 여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판결문을 본 후 신중하게 수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간 공정위는 아이템 거래자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라는 입장을 취해 왔다.

■게임개발업체 반발…소유권 여부 쟁점될듯

특히 게임머니의 현금거래 자체를 반대하는 게임 개발사들의 반발은 무시할 수 없다. 상당수 업계 관계자들은 “대규모 작업장 등에서 이뤄지는 현금거래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고 불법 환전이나 부가적인 명의도용 등의 문제가 나타나 게임산업 이미지가 나빠질 것”이라며 “해킹 등의 범죄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게임머니 및 아이템의 실질적인 환금성이 인정된 만큼 게임아이템의 소유권 논의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이용자들은 게임 내 아이템 등 정보의 사용권을 갖고 게임사는 이를 소유하는 것으로 해석돼 왔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온라인 게임머니와 아이템을 이용자들의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 ‘권리금’으로 보는 시각이 다시 부상하게 됐다.
온라인 게임머니가 시스템 장애 등으로 게임 이용자의 게임머니가 없어지는 등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재산상의 분쟁으로 발전할 여지도 있는 등 소유권 측면에서 부차적인 논의가 필요하게 된 셈이다.

한편, 게임업계 관련자들은 현재 국내 온라인게임 현금거래의 규모가 1조 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시장과 합쳐 국내 게임산업 전체 규모가 5조원 가량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fxman@fnnews.com백인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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