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정부는 취학연령 낮추기..부모는 출생신고 늦추기

박인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1.17 16:51

수정 2010.01.17 16:37

정부가 사교육비 절감 등을 위해 아동 취학연령 기준 하향 추진에 나섰으나 정작 학부모들은 출생 신고를 늦추는 경우가 많아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취학대상자는 3월 1일부터 다음해 2월까지 출생한 만 6세 아동이었으나 올해부터는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출생한 만 6∼7세(1∼2월생)로 조정했다. 앞으로 만 5세로 낮출 방침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출산한 상당수 부모들은 ‘30일 이내에 출생신고를 하되 병원 출생아는 출생증명서를,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는 인우보증인 2명의 인감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우보증을 선택, 올 1월에 출생신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28일 아들을 출산한 주부 박모씨(33)는 “12월생이 성장이나 수업 등 면에서 같은 해 1월에 태어난 아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 때문에 1월 중 출생신고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같은 달 31일 출산한 유모씨(34)도 “산부인과에서 발급받은 출생증명서로 신고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산후조리원 등에서 다른 산모들로부터 12월생을 다음해 1월에 출생신고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고 전했다.
같은 달 24일 출산한 하모씨(31)는 “아이의 인생을 처음부터 거짓으로 만든다는 게 꺼림칙하긴 하지만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현상은 일선 산부인과와 출생신고를 접수받는 관할 관청에서도 추정할 수 있다.

경기 화성 모 산부인과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말께 출생한 아이의 출생증명서에 1월로 해 달라는 사례가 4건이나 있었다”고 서울 은평구 S산부인과 관계자도 “출생일을 1월로 해 달라는 요청이 4∼5건 정도 있었다. 거절하지만 돌아오는 원망을 감수해야 하는 고충이 있다”고 털어놨다.

또 대구 북구의 경우 지난 2008년 12월 21∼31일 출생신고가 148건(토·일·공휴일 제외·1일 평균 21.1건), 2009년 1월 1∼10일 83건(13.8건)으로 전년 12월 말의 1일 평균 신고가 7건가량 많았으나 지난해 12월 21∼31일은 119건(14.8건), 올해 1월 1∼10일은 89건(17.8건)으로 1월 출생신고가 많았다. 서울 구로구는 지난해 말 하루 평균 17.7건에서 올 1월 19건으로 늘어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어린이들에게는 1년 차이가 매우 크다”며 “12월 출생 아동들을 다음해 1월로 출생신고하는 일이 빚어지고 있는데 일률적으로 취학 시기를 조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육개발원 관계자도 “이처럼 출생신고를 미루고 있는 상태에서 정부가 취학연령을 1년 더 낮추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3월생부터 다음해 2월생이 같이 취학하면 같은 학년에서도 나이 차가 나는 문제가 있다”며 “부모들이 아이들 취학을 늦추기 위해 출생신고를 늦게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이런 문제점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조기 취학과 취학 유예를 허가제에서 올해부터 신고제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pio@fnnews.com 박인옥 손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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