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칼럼]

건전한 재정을 위한 노력/이용걸 기획재정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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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세계적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한 단계 낮춘데 이어 4월에는 정크본드 수준인 BB+로 3단계 하향 조정했다.

이 같은 신용등급의 조정에는 재정건전성 악화가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일본, 영국 등의 선진국들도 재정건전성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처럼 재정건전성이 신용평가의 주요 잣대로 작용하는 등 국제적 화두로 떠오른 지금, 우리의 재정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해보고 재정 관련 시스템을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2008년 리먼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쳤다. 2008년 11월에는 수정예산 편성을 통해 세출을 10조7000억원 증액했고 2009년 4월에는 28조40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했다.

이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해 나가고 있다. 2009년의 경제성장률은 0.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에서 폴란드, 호주 다음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였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를 위기 극복의 모범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 극복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재정건전성이 악화됐다. 국가채무의 GDP대비 비율은 2008년 30.1%에서 2009년 33.8%로 높아졌고, 재정수지(관리대상수지) 적자도 2008년 GDP대비 1.5%에서 2009년 4.1%로 확대됐다.

그러나 국제기준에 따라 객관적으로 평가했을 때 우리의 재정은 여타 국가들에 비해 양호하다. 지난해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 33.8%는 OECD회원국 평균인 90%에 비하면 매우 낮다. 최근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평가하며 국가신용등급을 상향조정했다.

이처럼 재정건전성 지표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양호하게 나타나고 있으나 안심할 수는 없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재정건전성을 현재 수준보다 개선시키고 재정여력을 확보해야 한다. 먼저 예상치 못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 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외부 충격에 취약한 소규모 개방경제체제인 우리나라의 경우 위기 대응을 위한 재정여력 확보가 절실하다.

또한 미래의 잠재적인 재정부담요인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저출산ㆍ고령화 등으로 생산가능인구가 2009년 3537만명에서 2050년 2242만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며 이에 따라 성장률 둔화와 세입기반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재정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건전성 회복을 통해 재정여력을 확보해야 한다.

과거 선진국들의 경우 오일쇼크 등으로 인해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복지지출을 늘려 국가채무비율이 50% 이상 수준에서 고착화된 경험이 있다.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재정건전성을 현재 수준보다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와 같은 인식 하에 지난해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2013∼2014년 균형재정을 달성하고 국가채무도 GDP대비 40% 이하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먼저 ‘낮은 세율ㆍ넓은 세원’ 원칙 아래 비과세ㆍ감면 제도를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고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세원관리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또한 효율적인 재정투자를 위해 타당성 있는 사업에 투자하며 사후평가를 통해 성과가 미흡한 사업들을 구조조정하고 국고보조를 받는 사업들에 대한 일몰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중장기 재정위험을 주기적으로 분석하며 장기 재정전망을 실시하는 한편 재정규율을 강화하는 등 재정건전성 관리시스템을 개선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은 경제성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달성할 수 없다. 경제성장은 지속적인 재정수입 확보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해 나감으로써 성장을 촉진하고, 성장에 따른 과실이 재정수입으로 환원되어 다시 재정이 튼튼해지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 나가야 한다.

재정건전성의 회복과 유지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국회, 지방자치단체, 국민 등 각계각층에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만 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 재정건전성의 유지는 국리민복(國利民福)의 근간이 된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재정건전성이 요구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