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칼럼]

어린이 교통안전 民·官따로 없다/강병규 행정안전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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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그간 고도 압축 성장기를 거치면서 지금까지 경제적으로는 많은 발전을 이루어왔다. 그러나 경제규모에 맞는 사회 제반의 질서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지금 이를 극복하고 국격을 높이기 위해 모든 분야에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교통안전 분야를 보면 아직 성장 일변도 시대의 자동차 위주 교통문화가 깊게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자동차 1만대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인 일본, 스웨덴 등 선진국에 비해 2∼3배 이상 월등히 높은 실정이다. 또한 노인·어린이·장애인 등 교통약자 및 보행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특히 최근 2년 사이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들이 학교 앞 스쿨존에서조차 제대로 보호받지 못해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행정안전부는 어린이보호구역 지정 확대, 횡단보도 개선, 과속방지턱과 같은 보호구역 내 교통안전시설 개선 및 폐쇄회로TV(CCTV) 설치 등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 안전은 정부의 의지나 노력만으로는 개선될 수 없다. 어린이 안전의 중요성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지역주민과 민간단체들의 자발적 참여 및 적극적인 지원이 있을 때만이 그 효과를 배가할 수 있을 것이다. 민·관이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이러한 때에 행정안전부, 교육과학기술부, 경찰청과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녹색어머니회 등 16개 어린이 안전관련 민간단체가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고 어린이들의 안전한 등·하굣길을 만들기 위해 상호 진력하기로 한다는 ‘어린이 교통안전 지킴이’ 업무협약을 체결, 워킹 스쿨버스 출범행사를 가진 것은 국가 사회적으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워킹 스쿨버스는 스쿨버스가 버스정류장에서 등·하교하는 어린이들을 태우고 내려주듯이 자원봉사자들이 통학로를 걸으며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어린이를 데리고 안전하게 등·하교하는 집단보행시스템으로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실시하고 있으며 이 제도를 실시한 후 등·하굣길 어린이 교통사고가 70% 이상 감소하는 등 교통사고 예방에 크게 기여했다. 또 보호자가 어린이의 동선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각종 어린이 범죄 예방에도 효과가 큰 제도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교통관련 정책은 산업사회 발전에 따라 운송 주체인 차량 중심의 각종 시설 개선 위주로 정부 주도하에 추진됐다. 이런 방법으로 많은 효과를 본 것은 사실이나 그 한계와 부작용 또한 있을 수밖에 없다. 지역주민과 민간단체의 자발적인 협조와 참여를 이끌어 내어 민·관이 함께 노력하는, 정책 수립 및 추진 방법에 있어 정부 위주에서 민간 위주 또는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해서는 어린이 교통안전의 중요성 및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조성하고 운전자의 올바른 자동차 문화와 교통안전 의식을 고취함으로써 어른들의 자발적인 안전운행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단체의 도움과 협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워킹 스쿨버스는 지역주민 등의 자원봉사자와 민간단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 등 민·관이 합심해 사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우리나라 교통안전정책 추진 방법에 하나의 초석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번 사업이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지역주민 등 어른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민·관 교류·협력이 한층 더 강화되는 좋은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