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CEO에게 듣는다]

(28) 박영관 세종병원 회장

지령 5000호 이벤트
세종병원은 1982년 개원해 국내 대표 심장병원으로 자리잡았다. 개인병원에서 심장수술을 한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라는 시각이 팽배했지만 이를 딛고 대학병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병원으로 성장했다. 개원 초기 선천성 심장병 환자를 수술하는 병원에서 요즘은 협심증 등으로 인한 후천성 심장병을 수술하는 병원으로 변화했다. 세종병원의 전망에 대해 박영관 회장에게 들어봤다.

―전문병원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표 심장병원이 된 비결은.

▲1982년 현재 병원이 위치한 경기도 부천에 개원할 때 병원 컨설팅사에 문의했더니 교통사고 환자를 받는 병원을 추천해 줬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병원이 어떤 병원일까 고민했다. 고민 끝에 심장수술을 하는 협진이 잘되는 병원을 만들어야겠다고 결론지었다. 당시 적체돼 있던 선천성 심장병 환자가 약 2만명이었다. 그리고 의료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물론 독일에서 2년 동안 심장수술을 배워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심장병 명의가 거쳐간 병원으로도 유명하다.

▲심장 분야에서는 세종병원이 ‘심장병 사관학교’로 불린다. 우리 병원을 거쳐간 사람이 100여명이나 되는데 주요 대학병원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병원에서 간 후 고생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세종병원은 심장내과, 심장소아과, 소아흉부외과, 흉부외과, 방사선과, 마취과 등 6개 과가 뭉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협진시스템이 잘돼 있다. 하지만 대학병원은 조직이 비대해 생각대로 협진이 잘 되지 않아 고생했다는 것이다. 개원 초부터 실시한 협진시스템이 세종병원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선천성 심장병 환자가 많았는데 요즘은 협심증 등 후천성 심장질환자들이 많다.

▲예상했던 일이다. 적체된 선천성 심장병 환자들은 1990년 중반쯤이면 해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에는 태어나는 아이만 수술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원래 1000명 중 8명에서 선천성 심장병이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태아심초음파가 발달하면서 3∼4명만 심장병을 가지고 태어난다. 물론 1990년 후반 이후에는 협심증, 판막질환 등 후천성 심장질환자가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통계적으로 국민소득이 2만달러까지는 후천성 심장질환이 늘어나고 3만달러가 되면 줄어드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외국의 선천성 심장병 아이들 수술을 많이 하고 있는데.

▲국내 선천성 심장병 환자가 줄어들면서 1990년대부터 외국의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아이들은 유전과 상관없다. 이 아이가 6∼7세 이전에 수술 한 번만 하면 정상인처럼 생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기를 놓치면 불치의 병이 돼 죽는 날만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를 알기 때문에 개발도상국 아이들을 수술해 주기 시작했다. 현재 900명 정도 했다.

―무료수술이 외국인 환자 유치에 도움이 됐다고 들었다.

▲무료수술을 꾸준히 하다 보니 해외에서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다. 지금은 외국에서 돈이 많은 사람들이 자비로 수술하겠다고 찾아온다. 최근에는 러시아 하바롭스크 시장 부부가 와서 건강검진을 받고 갔다. 오는 9월 6일에는 하바롭스크시의 대표 시립병원인 제11병원과 시립임상센터 원장단이 세종병원을 방문해 심장진료와 병원 경영방식을 배울 예정이다. 이 같은 관심에 힘입어 국제의료 전용병동도 현재 건축 중이다. 이 병동은 이달 말이나 9월 초에 오픈할 계획이다. 보통 한 병동에 55병상이 들어가지만 이 병동에는 15병상만 넣어 고급스럽게 꾸밀 예정이다. 특히 스위트룸은 132㎡ 규모로 개인 침실, 가족 침실, 주방, 집무실 등을 갖춘다.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인증도 준비 중인가.

▲중소병원 중에서는 처음으로 JCI 인증을 준비 중이다. 이미 지난 7월 JCI에서 1차 방문을 했다. 1년 반 후에는 인증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는 병원 운영을 원칙적으로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복도도 3m 폭으로 일정하게 맞춰 놓았고 계단 등에 적체된 물건도 일절 없다. 이는 환자 안전을 위주로 한 경영 때문이다. JCI의 목표도 환자 안전·감염 방지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세종병원은 심장수술에 있어 많은 기록을 세웠다.

▲세종병원은 우리나라 최초로 인공심장을 개발해 송아지에 이식, 생존시키는 등 많은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5월 31일에는 25년 동안 심혈관촬영술 5만건을 달성했다. 최근에는 심장수술이 간단한 시술로 바뀌는 추세다. 20년 전 동맥관개존증 환자에게 사타구니 혈관을 통해 이물질을 넣어 막는 시술을 시행한 이후 10년 전에는 심방중격결손증도 비슷한 방식으로 시술했고 최근에는 심실중격결손증도 심혈관촬영시술로 성공했다. 앞으로 후천성 심장병에 대해서도 시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류머티즘으로 망가진 대동맥 판막을 들어내고 새로운 판막을 끼워넣는 시술을 조만간 시행할 것이다. 또 오는 12월 4일에는 대동맥판막치환술을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해 전문가들과 함께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제2병원 설립계획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제2병원 후보지 여러 곳을 대상으로 논의 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게 없다. 다른 과와 달리 심장병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을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5개 과가 협진해야 하기 때문에 인적·물적 자원이 많이 들어간다. 일단 후보지로는 경기 파주시, 경기 부천시 고광동 의료특구, 이전에 매입해 놓은 부지 세 곳을 두고 고민 중이다. 하지만 병원이 설립되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박영관 회장은

세종병원 박영관 회장은 천생 심장을 고치는 의사다.

그는 "병원 주변 환경을 바꿀 수는 없지만 건축과 문화와 예술이 함께하는 병원을 만들고 싶어 병원 곳곳에 꽃도 심고 나무도 심어 놓았다"며 "몸은 의학적으로 치료되는 것이지만 마음은 환경이 치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옛날 사람들은 심장과 마음이 통한다고 믿었다. 한자 문화권인 동양에서는 심장(心臟)에 '마음 심(心)'자를 넣었으며 서양에선 'heart'라는 영어 단어를 '마음'이라는 뜻으로도 쓰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박 회장은 심장과 마음을 함께 치유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 소아심장병 치료를 위한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2년 전 아시아태평양소아심장학회에 참석해 세종어워드라는 상을 만든 이후 매회 3000만원씩 유망한 소아심장의에게 장학금을 기부하고 있다.

박 회장은 "젊은 학자를 키워야 꿈이 열리는 것"이라며 "심장관련 의학이 발전되도록 꿈꾸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약력 △71세 △경북 청도 △서울대 의대 졸업 △서울대 의대 석·박사 △독일 뒤셀도르프대 심장외과학 연수 △미국 하버드대 심장외과센터 연수 △일본 오사카 순환기센터 연수 △미국 메이요클리닉 심장외과 연수 △일본 도쿄암센터 연수 △텍사스 심장연구소 연수 △인제대 의대 백병원 흉부외과 과장 △한양대 의대 부교수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 이사장 △사회복지법인 한국심장재단 실행이사(현) △사회복지법인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옛 한국어린이보호재단) 실행이사(현) △세종병원 회장(현)

/pompom@fnnews.com정명진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