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중견·중소기업 ‘디자인 장인’으로 거듭났다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2.07 17:52

수정 2010.12.07 17:52

국내 유일의 디자인 관련 국제 종합비즈니스행사인 2010 디자인코리아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인 대한민국 디자인대상 시상식이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올해로 12회를 맞는 디자인대상은 그동안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삼성물산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웅진코웨이, NHN, 한샘, 로만손, 동아연필 등 창조적 디자인 경영을 펼치고 있는 중견·중소기업들이 수상하는 등 국내 대표적 디자인 관련 어워드로 자리잡고 있다.

올해에는 디자인 경영부문에서 트렉스타(대통령 표창), 비핸즈(국무총리 표창), 타코스(지식경제부장관 표창), 엔에스디자인(〃)이, 지방자치단체부문에선 경기도(대통령 표창), 창원시(국무총리 표창), 논산시(지식경제부장관 표창), 포항시(〃)가 각각 수상했다.

▨가장 편한 디자인,트렉스타

부산 강서구 녹산공단에 위치한 트렉스타의 디자인실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신발을 만들겠다는 집념 하나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다. 내로라하는 디자인 제품들이 쏟아지는 현실 속에서 사람들이 무심코 신는 신발 디자인으로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이유는 뭘까.

트렉스타 디자인센터 박성원 상무는 “발은 인간에게 꼭 맞게 태어났지만 살면서 신발을 잘못 선택해 점점 변형이 된다. 우리는 ‘편안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신발 디자인 역시 편안한 신발을 만드는 데 모든 촛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발 때문에 인류가 건강해지고 또 활동력을 키우고 수명이 길어지면 그것이 바로 기업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사회공헌이라는 철학을 신발 디자인을 통해 구현해내고자 한 것이다.

그 결정체가 바로 올 상반기에 선보인 ‘네스핏(NESTFIT)’이다. 새의 ‘둥지’를 일컫는 Nest와 ‘알맞다’를 뜻하는 Fit를 합한 것으로 ‘새의 둥지처럼 발의 편안함을 유지시켜 줄 수 있는 신발’을 지향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디자인은 새 둥지를 형상화한 베이징올림픽의 메인 스타디움에서 착안했다.

이런 결과는 신발 디자인 이전에 사람의 발을 연구하는 데서 시작됐다. 트렉스타는 지난 2000년 당시 부설연구소에서 남여노소 2만 여명의 발모양(족형)을 3D로 스캔, 인간의 발에 가장 적합한 신골(last)을 완성했다. 그리고 실제 발의 모든 굴곡을 신발에 그대로 적용, 착용감을 극대화시켰다.

박 상무는 “유치원부터 학교, 노인정 등 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작업을 통해 만든 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신발회사는 전 세계에서 몇 곳 되지 않을 것”이라며 “외국인도 이를 바탕으로 골격의 크기만 다소 변형시키면 충분히 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때문에 트렉스타 신발은 국내에서도 그렇지만 이탈리아, 미국 등 신발 선진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더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경기도청, 디자인으로 ‘자연미인’ 추구

지방자치단체 부문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은 경기도청은 공공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산과 들, 도시와 농촌, 어촌 등이 어우러져 있는 지역 특성에 맞게 ‘자연스럽고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지향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경기도 디자인총괄추진단 이민재씨는 “경기도는 디자인을 통해 ‘인공미인’보다 ‘자연미인’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도내 시와 군이 활용할 수 있도록 광역 차원에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효과적으로 제시한 동시에 눈에 잘 띄지 않는 다는 점이 경기도 디자인 행정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1999년부터 디자인 전문가를 행정에 배치했고 2008년 7월에는 디자인 전담부서를 본격 가동했다. 특히 지난해 5월에는 공공디자인 관련 조례를 제정, 도내 31개 시·군이 각종 디자인에 접목할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하기도 했다.

▨비핸즈, 카드 디자인 40년 외길

비핸즈는 최근 유사미에서 새롭게 사명을 변경하며 이번 디자인대상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비핸즈의 모태는 일반에게 잘 알려져 있는 바른손카드이다.

1970년 회사를 설립한 이후 40년 동안 카드 디자인 하나로 국내는 물론 이제는 미국, 일본, 영국 등 세계시장에서도 인정하는 카드회사로 발돋움했다.

비핸즈의 디자인 노하우는 30여명의 전문 디자이너, 1년에 1800여 종류의 디자인 개발 능력 보유, 소장 도서 1만권 이상의 디자인 자료실 구축, 매년 신제품 100여종 출시 등에서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창업자 박영춘 회장은 ‘디자인은 우리 회사의 혼’이라며 디자인을 가장 큰 생명으로 여기고 있다.

이런 디자인 철학은 올해 국내 시장 점유률 65%, 국내 기업 고객 1500곳 이상 확보, 올 매출 300억원 달성(예정) 등의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bada@fnnews.com김승호기자

■사진설명=
인간에게 가장 편안한 신발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2만명가량의 발 모양을 분석, 발에 가장 가까운 신발 디자인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트렉스타 디자인본부. 박성원 상무(가운데)와 디자이너들이 회의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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