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방계그룹들은 모기업에 기대어 손쉽게 그룹 내 물량을 받거나, 지명도를 이용한 인수합병(M&A)에만 치중해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게 현실이었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 LG 등 국내 1, 2세대 경영인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은 2000년대 들어 계열분리되면서 신세계, 한솔, CJ, GS그룹 등으로 나눠졌다. 산업계는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된 이들 기존 그룹보다 창업주의 동생이나 조카 등 3, 4세대로 이어지는 친인척 후손들이 '가지를 친' 방계그룹들의 현주소에 궁금증을 갖고 있다.
■공동창업 역사 LG-GS, 방계기업 많아
방계그룹이 많기로는 LG그룹이 손꼽힌다.
희성그룹은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첫째 동생인 구본능 회장이 오너다. 둘째동생이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구본능 회장은 1996년부터 동생인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과 함께 희성전자, 희성금속, 희성엥겔하드, 희성정밀, 희성화학, 희성건설, 삼보지질 등을 모아 중견그룹으로 키워냈다.
희성그룹의 주력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백라이트유닛 생산능력을 보유한 희성전자다. 이 회사는 자산이 2조원대이면서 매출 역시 1조원대를 넘나드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계열사 대부분이 비상장사로 구성돼 구체적인 경영활동은 베일에 가려 있다. 희성전자 매출의 대부분을 LG그룹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가 차지한다는 것도 모기업의 그늘에 안주한다는 지적을 받는 부분.
또 희성그룹은 2009년 상장사인 대한펄프를 인수했지만 아직까지 괄목할만한 실적 개선을 이루지는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항공·해운 수출입 물동량 1위 기업인 범한판토스도 LG그룹의 방계기업으로 분류된다. 이 회사 대주주인 구본호씨는 LG그룹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동생인 구정회씨의 손자다. 범한판토스는 매출의 80%가량을 LG그룹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범한판토스는 현재 아시아, 미주, 유럽, 독립국가연합(CIS), 중동, 아프리카 등 전 세계 34개국, 103개 지역에 걸쳐 125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할 만큼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재계 관계자는 "어느 그룹이나 방계기업은 있지만 LG 출신이 유독 많은 것은 그동안 계열분리를 꾸준히 지속했기 때문"이라며 "모기업 덕만 본다는 따가운 시선이 있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 가장 목말라하는 기업도 이들 방계그룹들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계기업, '독자적 성장' 과제
범한판토스처럼 모그룹의 물류 자회사로 출발한 방계회사가 많은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모그룹의 현실적인 필요성과 더불어 물량 및 이익 확보가 쉬워 진출이 용이한 부문이기 때문.
GS그룹 허만정 창업주의 5남인 허완구 회장이 오너로 있는 ㈜승산도 바로 그중의 하나다. ㈜승산은 허완구 회장이 1969년 설립한 대왕육운이라는 물류회사가 모체로 주로 LG그룹의 국내 육상 운송사업을 담당하며 사업을 확대해왔다. 지금도 GS칼텍스, GS리테일, GS홈쇼핑 등 GS그룹 계열사들의 물류를 담당하고 있다. 지금은 모기업인 ㈜승산보다 미국 내 계열사인 철강회사 파웨스트스틸의 규모가 훨씬 크다고 한다. 허완구 회장의 장남인 허용수씨는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홀딩스 전무직을 겸임하고 있다.
코스모그룹 역시 허만정 창업주의 4남인 허신구 창업고문의 장남 허경수 코스모화학 회장이 경영하는 GS그룹의 방계기업이다. 허경수 회장은 1987년 PVC, 가스배관 등을 생산하는 코스모산업을 창업한 뒤 현재 코스모화학, 코스모정밀화학, 코스모앤컴퍼니, 코스모앤홀딩스, 코스모양행, 코스모아이넷, 코스모레저, 드림스포츠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코스모화학은 지난해 새한미디어를 인수하면서 흑자전환과 함께 본격적인 턴어라운드를 예고하기도 했다.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철원 사장이 경영했던 물류기업 마이트앤메인(M&M)도 SK그룹의 물류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의 동생인 최종관 전 SKC 고문의 장남인 최철원 사장은 대학 졸업 후 1996년 SK에 입사, 사촌형인 최태원 회장(당시 팀장) 밑에서 업무를 배웠다고 알려진다.
한 민간연구소 연구위원은 "방계그룹 오너들이 무리한 사업확장 및 기업가치 제고 욕심으로 주가조작이나 M&A만 몰두하다가 일을 그르친 사례가 드물지 않다"며 "윗세대들이 밟아온 대로 경영 정석을 유지하는 태도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win5858@fnnews.com김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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