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정몽구 “글로비스 지분 현대차에 매각”

김문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3.22 17:21

수정 2014.11.07 00:15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글로비스 보유 지분을 처분키로 하면서 장남인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2일 증권업계와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은 글로비스 보유 지분 18.2%를 합리적 기간 내에 현대자동차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현대차의 인수 부담을 감안해 글로비스 지분을 현대차에 매각하는 작업은 장기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글로비스의 시가총액(22일 종가 기준 4조9000억원)을 감안할 때 현대차가 정 회장의 글로비스 지분 인수에 드는 비용은 현재 가치로 약 9000억원이 넘는다.

경제개혁연대는 정 회장이 이 같은 약속을 내놓음에 따라 지난달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현대차 주주대표 소송에 대해서는 항소하지 않기로 현대차와 합의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지분매각으로 경영권 승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한다.
1조원 사재 출연이라는 부담에서 벗어나고 정의선 부회장의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몽구 회장은 1조원 사재 출연을 약속한 후 2007년 600억원, 2008년 300억원, 2009년 600억원 등 1500억원 상당의 글로비스 주식을 해비치재단에 기부했다. 약속(지난 2006년 비자금 조성과 횡령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뒤 사면 당시)대로라면 정몽구 회장은 오는 2013년까지 보유 주식을 기부하는 형태로 해비치재단에 1조원을 출연해야 한다.

글로비스는 정의선 부회장 지분 31.88%를 포함해 특수관계인이 71.27%를 보유하고 있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정몽구 회장 주식을 현대차에 매각키로 합의하면서 글로비스가 지배구조에서 한발 비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여전히 대주주는 정의선 부회장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경영권 승계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내다본다.

현대건설과 엠코의 합병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지수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애널리스트는 "양사가 합병하기 전까지 그룹은 현대엠코에 물량 몰아주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지배주주 일가 입장에서 지분이 높은 현대엠코의 기업 가치를 높여 향후 유리한 합병 비율을 산정하기 위한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무통'인 이정대 현대차 부회장과 김창희 현대엠코 부회장을 현대건설로 보내면서 정몽구 회장의 깊은 의중이 그대로 드러났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재 현대엠코의 지분 25%를 갖고 있다. 나머지는 정 회장과 계열사들이 나눠 갖고 있다.

정 회장으로서는 현대건설을 손에 쥔 만큼 현대엠코와 현대건설을 합병하면 자연스레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권력을 아들에게 물려주게 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정 부회장의 지분이 높은 현대엠코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앞으로 유리한 합병 비율을 산정하기 위한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지난 17일 현대건설은 이사회를 열어 김창희 현대엠코 부회장과 이정대 현대차 부회장을 각각 사내이사와 기타 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의안을 상정하기로 했다고 공고했다.
이 안은 31일 정기주총에서 확정된다.

/kmh@fnnews.com김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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