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첫 항소심 은행 손 들어줘

불공정 논란을 불러온 환헤지옵션상품 '키코'(KIKO)를 둘러싼 기업과 은행 간 첫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법원이 은행 측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피해기업 측은 "키코 같은 금융사기가 판치지 않도록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이어서 법정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민사16부(재판장 이종석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중장비 제조업체인 수산중공업이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지난해 11월 키코 사건 91건(118개 기업)에 대한 1심 판결 이후 나온 항소심의 첫 판단이다.

재판부는 "당시 환율하락을 전망한 상황에서 사후 급격한 변화 때문에 당사자 사이에 큰 불균형이 생겼다고 해서 상품 자체가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며 "환율 상승에 대한 손실은 환헤지를 기대하고 상품을 가입했을 때 기업이 부담해야 할 기회비용으로, 상품 자체가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키코 상품에 가입한 기업 측 담당자는 환헤지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판단한 뒤 은행과 협의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은행이 일방적으로 권유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은행의 설명 정도에 비춰 설명의무 위반 등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데다 은행이 적극적으로 조언을 하거나 자문해야 할 의무 또한 없다"고 덧붙였다.


수산중공업은 2009년 11월 은행 측이 키코 상품 계약 당시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는 등 '불완전판매'를 해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은행의 키코 판매가 '불완전판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키코 상품은 일정한 범위 안에서 환율이 오르거나 내리면 수익이 나는 금융상품으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범위를 넘어 크게 오르면서 키코 계약 수출업체들이 막대한 타격을 입고 줄도산하면서 이른바 '키코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mountjo@fnnews.com조상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