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여풍당당과 정정당당

남성 천지에 여성이 한명 끼면 ‘홍일점(紅一點)’이라고 부른다. 그런 비유적 호칭은 서서히 사라지는것 같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진출이 아주 활발하기 때문이다. 2005년부터 외무고시 합격자 가운데 여성이 절반을 넘어 섰다. 2010년엔 60%에 이르렀다. 이런 추세라면 남성들이 ‘청(靑)일점’이 되는 날이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보장이 없다.

다행히(이것도 다행이라면) 외무고시 여성 합격자의 욱일승천의 기세는 다소 꺾여 올해는
52.6%로 낮아졌다. 38명 가운데 여성은 20명이라고 한다. 남자들에게 숨 쉴 틈을 준 젊은 여성 외교관 지망생의 아량에 감사한다.

그런데 오는 8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외교통상부가 큰 고민에 빠졌다. 20∼30대 여성 외교관들이 해외 공관 근무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젊은 여성 외교관들은 혼기를 놓친다는 이유로 해외근무 자체를 꺼려하고 특히 근무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쁜 아프리카나 남미는 기피대상 1호로 꼽는다.

외교부 순환 근무 원칙은 본부와 재외공관을 교대로 돌고, 해외근무는 선호지역 공관과 비선호지역을 번갈아 도는게 관례다. 이런 공평과 공정은 여성 외교관이 많아지면서 깨질 위기에 봉착했다. 여성이 기피하는 ‘험한 지역’ 공관에 남성들만 가게 됐으니 말이다. 남성들은 이게 역차별이라고 항의한다니 더 이상의 여성 배려도 조심스럽다는게 외교부의 고민이다.

여성 과다 진입으로 지금까지의 근무 관례에 혼란이 일어난 첫번째 케이스는 아마 초등학교 교사 사회일듯 싶다. 여성 교사가 많아지면서 숙직 근무 차례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여교사를 숙직에서 빼주는 배려는 여교사 비율이 절반 이하일때 까지는 미덕이었다.



그러나 그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면부터는 남교사의 ‘비공 출혈(코피 터짐의 임의적 한자 조어)’을 강요하는 비인도적 처사가 돼버렸다. 지금 서울시내 초등학교의 여교사 비율은 91%, 중학교의 여교사 비율은 74%이다. 보안 경비 아웃소싱으로 숙직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쩐지 편법에 의존하는것 같다.

근본 해결책은 여교사도 학교에서 숙직하고 여성 외교관도 험지 공관에서 근무하는 것일텐데, 젊은 여성 생각들은 어떠신지. 뭐 그런 여성 비보호적 비존중적 해결책을 제시하느냐고? 아니 여사관(士官)에 이어 여 ROTC도 등장한다는데. 여풍당당은 곧 정정당당으로 연결되면 더 좋을 텐데???. 돌쇠 머슴애들이 너무 불쌍하지 않는가.

/ksh910@fnnews.com 김성호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