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

관심 끈 보험사 M&A ‘소리만 요란’

김주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7.17 17:35

수정 2011.07.17 17:35

그동안 금융권의 높은 관심을 모았던 보험업계의 인수·합병(M&A)이 '잔칫집에 먹을 것 없는 형국'이 되고 있다. 각종 인수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한 데다 입장 차이가 커 뚜렷한 실체없이 소리만 요란한 채 시간이 흐르고 있다.

■에르고 다음 협상 지지부진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독일 에르고그룹이 지난 5월 말 '한국보험시장에서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가장 매각이 유력한 대상은 에르고다음다이렉트였다. 하지만 한 달이 넘도록 인수하겠다는 곳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롯데손해보험, 알리안츠생명 등 여러 곳에서 인수의사를 타진했지만 거절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프랑스 악사그룹이 관심을 표명한 상태다.
악사그룹은 지난 2007년 국내 1위 온라인 자동차 보험사인 교보자동차보험을 인수해 선두자리를 지켜왔지만 최근 동부화재 등에 빼았겼다. 에르고다음(9.3%)을 인수할 경우 동부다이렉트(18%)를 제치고 악사손해보험(15.2%)이 1위에 올라설 수 있다. 악사그룹은 실사단을 파견하고 다음달 중순까지 인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용승계 문제를 놓고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복업무 인력 등에 대한 고용승계와 추가 구조조정 실시 여부를 두고 이견차가 큰 상태다.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매각가격도 변수다. 에르고 측이 상당히 높은 가격을 원하고 있어 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농협도 잠재적인 인수자다. 공식적으로 인수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있지만 내년 3월 NH보험의 공식출범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에르고다음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대선과 총선 등 여러가지 정치적 변수와 그동안 손보업계의 반발 등을 고려하면 출범 후 인가를 받아 자동차 보험시장에 진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에르고다음의 인수는 이런 논란을 피해갈 수 있는 좋은 호재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보험사 인수의지를 밝힌 KB금융이나 신한금융 등 금융지주 측이 인수하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종합 손보사인 만큼 은행의 기업고객들 물건을 인수하면 상당한 시너지를 가질 수 있어 가장 최적의 조합"이라고 밝혔다.

■교보생명, 현실성 글쎄

대우인터내셔널이 생보업계 '빅3' 중 하나인 교보생명 지분을 시장에 내놓은 것도 하반기 최대 이슈다.

우선 교보생명 지분 24%를 보유한 대우인터내셔널의 매각의지는 강하다. 동남아쪽의 새로운 사업을 위해선 자금이 필요하고, 교보생명 지분매각을 통해 약 70%를 확보할 수 있다. 교보생명 지분 9.98%를 보유한 자산관리공사(캠코) 측도 지분매각의지가 강하다.


캠코 관계자는 "지금까지 상장한 생보사들의 사례를 보면 꼭 상장해야 주식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현재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현금화하는 것을 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프랑스 악사그룹, 롯데그룹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인수자들은 경영권을 확보하는 차원, 즉 일부 지분 인수나 전략적인 제휴의 형태보다는 지주 자회사로 편입하는 인수방식을 원하고 있지만 대주주들이 지분 매각 의사가 없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toadk@fnnews.com김주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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