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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힘내라‘디자인 오세훈’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8.04 09:27

수정 2014.11.06 09:14

‘디자인 시장’이 난타 당하고 있다. 비 때문이다. 디자인과 비가 무슨 상관이길래? ‘오세이돈’ 오세훈 시장이 서울 디자인하는 데 돈을 쓰느라 수해 대책을 소홀히 했다는 거다.

이건 좀 억지 같다.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오 시장이 미우니까 그를 코너에 몰아붙이려고 갖다 붙인 냄새가 난다. 모양 내느라 지하철 출입구 지붕을 없애는 바람에 역사 안으로 물이 스며들었다든가, 하이힐 굽이 빠지는 걸 막기 위해 보도에 깐 화강암 바닥재가 물 흡수를 저해하는 부작용이 있다든가 하는 비판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디자인에 돈 쓰느라 수해를 키웠다는 일반적인 비판은 인과관계가 또렷하지 않다.

지난달 하순 본지가 주최한 ‘2011 모바일 코리아 포럼’에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미국 MIT 교수가 참석했다. 디지털 전도사로 불리는 네그로폰테 교수는 애플 신화의 원동력을 디자인에서 찾았다. 사실 애플 매니어들은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의 기능 못지 않게 디자인에도 매료됐다.

기아차는 ‘디자인에 앞선 차’라는 컨셉의 광고를 줄기차게 내보내고 있다. 오 시장도 지난달 한 강연에서 기아차의 히트작 ‘소울’을 예로 들며 디자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런 애플·기아차를 두고 겉모양만 낸다고 비판하는 사람은 없다.

도시 경쟁력도 디자인이 좌우할 때가 많다. 프랑스 수도 파리의 아름다운 모습에 사람들은 탄성을 터뜨린다. 그러면서 왜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파리처럼 될 수 없는지 탄식한다.

뒤늦게나마 서울에 디자인 개념을 접목한 이가 바로 오 시장이다. 현기증과 시각장애를 동시에 유발하던 간판은 말끔하게 바뀌는 중이다. 일전에 수도권의 한 중견도시에 들렀다가 무질서한 간판에 질린 적이 있다. 어느새 내 눈은 차분한 서울 간판에 익숙해져 있었다. 외국인들이 성냥갑이라고 비웃던 우중충한 아파트들도 점차 맵시를 뽐내고 있다. 돈도 들고 불만도 있겠지만 큰 틀에서 오 시장이 방향은 잘 잡았다고 믿는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나 역시 마뜩찮다. 시의회와 타협하지 못하는 시장의 정치력 부재가 시민들을 짜증나게 하는 측면도 있다.
그렇다고 수해를 빌미로 그의 디자인 정책을 공격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비는 비고 디자인은 디자인이다.
디자인에 관한 한 오 시장의 건투를 빈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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