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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의 미래,해외 전문가에게 듣는다] (1) 에드 로저스 로저스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 CEO

김호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8.16 18:29

수정 2014.11.05 14:23

파이낸셜뉴스신문 주최로 오는 23∼24일 이틀 동안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고 권위의 '제9회 서울국제파생상품컨퍼런스'에는 파생상품 및 헤지펀드와 관련된 글로벌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사실만으로도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이번에 참석하는 해외석학들을 대상으로 사전에 e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로부터 글로벌 시장에서도 점차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 국내 파생상품시장과 금융투자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 헤지펀드 도입 등과 관련한 발전방안과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파생상품 시장에 거래세 부과는 큰 문제가 아니다. 이보다 거래소를 통한 상품 거래, 즉 장내화를 주목해야 한다."

에드 로저스 로저스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기술경영자(CIO)는 오는 23일과 24일 이틀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개최되는 제9회 서울국제파생상품컨퍼런스에 앞서 파이낸셜뉴스신문과 가진 e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파생상품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건 지금 현재로선 시장 성장에 주요 장애물로 보이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과연 파생상품 거래의 장내화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신할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무분별한 장외파생상품 경쟁이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반성에서 장외파생상품 규제 일환으로 결제 등 중요한 기능을 장내화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장외파생상품 중앙청산소(CCP) 설립으로 CCP 설립은 주요 20개국(G20)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 의무화를 규정했고 2012년까지 표준화된 장외파생상품을 중앙청산소를 통해 청산토록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청산거래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반드시 CCP를 통해 결제해야 한다.

한국에선 지난 7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에서 한국거래소가 CCP 업무를 담당하도록 결정했다.

■"제2의 금융위기 초래할 가능성 없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파생상품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매우 커졌다. 지나치게 비대해진 시장 규모로 인해 또 다른 금융 시장의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걱정이 대두되면서 규제 움직임도 높아졌던 것이 사실.

이에 대해 로저스는 "현재로서는 파생상품이 제2의 금융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부채와 투자 감소' 현상을 도드-프랭크법(Dodd-Frank Bill)과 정밀 조사 등을 통해 계속해서 모니터링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드-프랭크법은 지난해 6월 크리스토퍼 도드 미국 상원 은행위원장과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장의 이름을 따 제정된 미국 금융개혁법으로 '1억5000만달러(약 1580억원) 이상의 외부 투자금을 굴리는 헤지펀드는 2012년 3월까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하고 운용자산 규모와 임직원 현황 등 각종 정보를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로저스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파생상품시장은 당분간 견고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아시아 주식시장 규모의 성장과 더불어 헤징과 레버리징에 사용될 수 있는 파생상품에 대한 국내 및 해외 투자가들에 대한 욕구가 커져감에 따라 이를 반영한 아시아 파생상품 시장은 점점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 선물시장의 급속한 성장에 주목했다.

로저스는 "선물시장의 성장은 근본적인 경제 성장과 문화와 관련된 주식시장 성장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이라며 "중국이 향후 10∼15년 안에 거래량이나 거래 금액에서 세계 제일의 주식시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미 중국의 하루 거래량이 미국을 뛰어넘는 걸 자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협소한 국내 금융시장 규모에서 탈피, 아시아 시장과의 동반 성장을 위해서는 교환 가능한 화폐가 가장 중요한 첫번째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다양한 상품들에 있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한국 회사들의 지속적인 발굴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4월 13∼14일 본지 주최로 열렸던 제12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제기된 '아시아 지역권의 공동 채권시장'과 같은 아시아 공동 파생상품 거래소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무엇보다 정치적 통합이라는 보다 높은 수준의 과정이 필요한 데, 이는 아마도 10∼15년 사이에 일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국경 없는 파생상품 등장 멀지 않아

최근 세계 금융시장에서는 글로벌 거래소들 간의 '합종연횡'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런 점에서 로저스는 파생상품의 교체 상장은 물론이고 국경이나 특정 국가의 거래소를 넘어설 수 있는 파생상품의 탄생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국경을 넘는 거래소 간의 합병이 최근 많이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어떤 것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글로벌 거래소 간의 합병이 과연 옳은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붙였다.

로저스는 "아직까지 거래소를 통합하기 위한 전 세계 움직임에 대한 개인적인 확신은 없다"며 "규격화된 회계시스템을 쓰는 것이 투자자들에게는 더 나은 삶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경을 넘어선 거래소 간의 합병이 투자자들에게 큰 편의를 제공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한편, 글로벌 거래소들의 변화 속에서 한국거래소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국내와 해외 투자가들이 공정한 투자를 할 수 있는 곳(a fair playing field)은 건전한 주식시장의 발전이란 측면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이와 관련해 상장된 회사들은 최고의 실적 내지는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것을 증명할 회계 자료를 공식적인 국제 규격에 맞게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로저스는 국내 주식시장의 주요 이슈에 대해서도 고견을 제시했다.

그는 먼저, 한국거래소의 상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한국 기업들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이 한국거래소의 주요 강점이며 이를 통해 다른 세계 거래소가 탐낼 만한 '물건'이 될 수 있다"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이어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대체거래시스템(ATS)에 대해서도 "유리한 세금 구조는 투자자들과 트레이더들을 끌어들일 것"이라며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최근 불거진 '거래 전용선'과 관련해서는 "주식시장이 점점 정보기술(IT)의 장이 되고 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신생 주식시장은 기존의 거래소보다 열등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IT적으로나 리스크 측면에서 좀 더 빠른 대처를 통해 선두주자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fnkhy@fnnews.com김호연기자

■에드 로저스는

로저스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기술경영자(CIO)로 아시아 지역과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20년 넘는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이다.

특히 현재 이끌고 있는 로저스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는 헤지펀드와 사모투자펀드 등 운용에 있어 아시아 헤지펀드 전략의 '스페셜리스트'인 울버 힐 에셋 매니지먼트와 울버 힐 어드바이저리의 리서치 조직이다. 현재 자문 자산은 약 1억3000만달러(약 1390억원).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조지타운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로저스는 지난 1987년부터 아시아와 연을 맺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 아시아연합에서 주는 미국 프린스턴대학 동문회상을 받았고 이후 2년 동안 일본 내 두번째로 큰 철강회사인 NKK에서 근무하며 아시아와 인연을 쌓아 나갔다.

이후 그는 로저스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 설립 전까지 도이치뱅크 주식관리위원회 위원과 일본 프라임서비스 대표를 역임했다.

여기에 M.W.Marshall 일본 및 홍콩 법인에서 8년간 외환 거래업무를 담당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일본 대안투자관리협회(AIMA) 부회장을 맡으며 AIMA 집행위원회 자문역을 맡고 있다.

이 밖에 로저스는 영국 메릴 린츠에서 프롭 트레이더로도 일한 바 있다.

프롭트레이딩이란 금융기관이 고객의 예금이나 신탁자산이 아닌 자기자본 또는 차입금을 수익을 얻을 목적으로 주식이나 채권, 통화, 옵션, 파생상품 또는 그 밖의 금융상품 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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