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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의 미래,해외 전문가에게 듣는다] (2) 버나드 록 FX컨셉츠 아·태지역 대표

이승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8.17 16:48

수정 2014.11.05 14:12

"아시아 공동 파생상품 거래소라는 하나의 시장을 만든다는 것은 아직은 다소 이른 감이 있다."

버나드 록 FX컨셉츠 아시아·태평양 대표(사진)는 17일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e메일 인터뷰에서 아시아 공동 파생상품 거래소를 만든다는 아이디어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록 대표는 "아시아지역의 파생상품 시장은 상대적으로 북미지역과 유럽에 비해 규제 장벽이 높아 거래소 통합에는 걸림돌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지난 4월 13∼14일 본지 주최로 열린 제12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제기된 '아시아 지역권의 공동 채권시장'과 같은 주장에 대해서도 "일본과 다른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자본제어 수준의 차이가 크다"며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다만 국제 파생상품 시장에서 아시아지역의 지속적인 성장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아시아지역 내 파생상품시장을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투명성과 유동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록 대표는 "한국은 금융시장 규모가 협소하기 때문에 아시아 금융시장과의 동반성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다소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한국의 금융시장을 둘러싼 시스템의 유연성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세금, 법과 제도, 회계 그리고 기업 규제 부문에서 국제화되고 유연한 한국의 시스템이 중국, 홍콩 등 아시아 금융시장과 한국 금융시장이 함께 커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한국거래소의 상장과 같은 국내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직답을 유보했다.

현재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일각에서는 거래세가 부과된 대만 등을 거론하며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파생상품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특히 최근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터지면서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 법안의 국회 통과를 낙관하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록 대표는 한쪽으로 치우친 단정적인 결론을 경계했다.

그는 "파생상품 시장의 유동성 및 비용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감독당국이 세금 부과나 또 다른 규제에 적극적인 자세로 나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하면서도 "때로는 감독당국은 유동성과 거래비용 이 외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래세 적용으로 파상상품 거래가 위축되는 것도 문제지만 고삐 풀린 파생상품 거래는 투기를 조장하고 이후 금융위기와 같은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시장이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적당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인지 그는 "한국을 포함한 해당 지역의 금융감독 당국이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밖에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거래 전용선'과 관련 제도 자체가 미흡한 한국이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에 대해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록 대표는 "투자자가 설정한 목표가격·수량·시간 등의 매매조건에 따라 전산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매매가 이뤄지는 알고리즘 거래(algorithm trading)를 포함한 거래 전용선은 정보기술이 더욱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점차 세련되고 있는 파생상품 시장에서 효율적이고 경쟁적인 거래 조건을 제공한다"며 "장기적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거래비용을 낮춰 준다"고 강조했다.

최근 검찰의 주식워런트증권(ELW) 부당거래 수사로 시작된 증권사와 스캘퍼(초단타매매자) 간 전용선 거래 문제가 일반 선물·옵션시장과 현물시장으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면서 증권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달 초 발행한 정기간행물에 따르면 미국의 양대 선물거래소 중 하나인 시카고상업거래소(CME)를 비롯해 런던증권거래소(LSE) 등 세계 주요 거래소와 대형 금융사는 잇따라 전용선 제공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선물·옵션시장과 현물시장에서까지 전용선을 제한한다면 시장 전체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는 특히 "(전용선 거래를 규제하는 것) 이는 세계적인 추세에 반함은 물론 국가 경쟁력 차원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록 대표는 중국의 파생상품 시장이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넘어설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는 전망에는 다소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중국이 국제 금융시장의 전체적인 구조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영향력을 행사해 가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내부적인 한계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의 파생상품 시장, 특히 선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저변에는 중국 내 지역 참가자와 이해관계자의 영향이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했다. 즉 중국이 홍콩, 싱가포르, 나아가 런던과 같은 세계적인 파생상품 시장을 넘어 그 성장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이해관계자들과 투자자들의 참여가 절실한 것과 동시에 이에 걸맞은 법과 회계 등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이 이런 방향으로 더욱 노력한다면 파생상품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relee@fnnews.com이승환기자

■버나드 록은

미국계 헤지펀드인 FX컨셉츠(FX Concepts)의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로 아시아지역 은행과 파생상품 시장에서 20년 넘게 잔뼈가 굵은 '아시아권 금융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FX컨셉츠는 주로 각국의 통화 강세를 노려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로, 현재 기준 운용자산이 80억달러(약 8조5850억원)를 넘는 세계 최대 통화운용 규모를 자랑한다.

록은 이곳에서 지난 2002년부터 활동을 시작, 현재는 싱가포르 사무실에서 아시아지역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년간 외환거래와 파생상품 시장에서 수석딜러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홍콩 중문대학교에서 금융경제학을 전공하고 영국의 버밍엄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을 취득한 그는 1990년 홍콩 도쿄미쓰비시은행 수석딜러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파생상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4년 후 싱가포르 BNP파리바 수석딜러로 자리를 옮긴 그는 3년 후인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싱가포르 HSBC에서 이머징마켓 통화 & FX 옵션거래 담당을 지냈다.

그는 현재 공인재무분석사협회 공인재무분석사와 국제 재무위험관리 전문가협회 재무위험관리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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