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주식기부 증여세 엇갈린 시선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9.04 17:32

수정 2011.09.04 17:32

주식기부 증여세를 놓고 정부와 관련 단체들은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제도를 악용할 우려가 크다는 입장이다. 반면 관련 단체와 복지분야 전문가들은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주식기부의 공제를 늘리고 사후관리는 엄격하게 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공익법인들 "과세 면제 한도 확대를"

복지·장학사업을 하는 재단들은 과거 불합리한 사례들이 있었지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관정이종환교육재단(관정재단) 이청수 고문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대규모 기부는 대부분 법인의 이름으로 이뤄졌다"면서 "하지만 진짜 기부는 개인이 자신의 재산을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고문은 "현재의 주식기부 관련 세금제도는 개인이 주식을 내놓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관정재단은 삼영화학그룹 이종환 회장의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재단으로 규모가 5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장학재단이다. 이 고문은 "성실공익법인인 관정재단 역시 주식기부를 받는데 증여세로 인한 제약이 많다"고 덧붙였다.

황필상 수원교차로 설립자가 출연해 만든 구원장학재단 관계자도 "현행 제도는 주식기부를 하려면 5% 미만을 하든지 모두 팔아서 현금으로 하라는 것"이라며 "기부자가 가진 선의의 의지를 꺾어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역시 과세면제의 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과거에 좋지 않은 사례들이 있기는 하지만 기부문화 활성화 차원에서 한도 자체를 늘릴 필요가 있다"면서 "그런 다음 잘 운영되고 있는지 감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제도 완화 검토 안해"

기획재정부는 현재로선 주식기부 과련 증여세를 완화할 생각이 없다. 재정부 관계자는 "5% 이상의 지분을 기부받을 경우 주식을 매각하면 면세를 받을 수 있다"면서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변칙 증여나 편법 지배구조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비치재단이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주식기부금을 받으려면 기존의 지분을 매각하면 된다는 말이다. 이 관계자는 "주식기부를 받은 재단 측이 주식을 갖고 있다면 기부자가 기업에 대해 계속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금화가 쉽지 않은 비상장주식을 기부 받았을 때는 문제가 생긴다. 이 관계자는 "성실공익법인의 경우 3년 내 주식을 매각하면 10% 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성실공익법인의 자격요건도 이사회에 특수관계인만 없다면 전혀 까다롭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전문가들은 주식기부에 관한 우려에 대해 제도상으로 보완이 가능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바른사회공헌포럼 김성호 공동대표(전 보건복지부 장관)는 "공익법인에 대한 검증 테스트를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면서 "이 같은 시스템이 마련된 후 주식기부의 면세 한도를 현행 5%에서 10%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국세청은 기부를 받아 운영되는 공익법인의 투명한 관리를 위해 철저한 사후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도 사후관리를 국세청으로 일원화하고 기준에 미달하는 공익법인은 세제혜택 자격 박탈이나 허가취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시스템이 없는 한에서는 주식기부는 변칙 증여, 조세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5% 주식 초과 부분에 대해서 무조건 과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공익재단에 기부하는 주식은 모두 의결권을 제한한다든지 아니면 그중 일부분에 대해서만 의결권을 인정한다는지 하는 식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상법상 3% 초과하는 주식은 감사 선임결의에서 3%까지만 의결권이 인정되는데 이런 식의 제한도 한가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cynical73@fnnews.com김병덕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