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닐라(필리핀)=남형도 기자】 "타갈로그어 'Dalli Dalli(달리 달리)'는 한국어로 '빨리빨리'란 뜻입니다. 두 나라의 단어가 상당히 비슷하죠."
2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2012 동남아시아 포럼'에서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한국과 필리핀의 문화적 유사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경제협력 대상으로서 필리핀이 한국에 왜 중요한지 알리는 자리에서였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각계 인사들은 경제협력 동반자로서 두 나라의 가능성을 설명하며, 앞으로 더욱더 협력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사에서 한진현 지식경제부 무역투자실장은 "지난해 한·필리핀 간 무역규모가 100억달러를 돌파했고, 투자부문에서도 한국은 필리핀의 4번째 투자국"이라면서 "한국 기업들이 제조업뿐 아니라 전력,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도 참여해 양국의 경제협력 관계가 나날이 긴밀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 실장은 "경제협력이 관광 분야에서도 확대돼 지난해 74만명의 한국인이 필리핀을, 약 30만명의 필리핀인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며 양국의 협력 현황에 대해 언급했다.
또 "지난해 2억달러 규모의 투자협력 성과를 거뒀지만 필리핀의 잠재력, 양국 간 경제협력 가능성을 비춰볼 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투자지로서 필리핀의 매력이 재발견되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한 실장에 이어 기조연설을 맡은 최 전 장관은 필리핀 주재대사를 맡았던 경험을 토대로 '필리핀이 한국에 중요한 이유'를 △언어 등 문화적 유사성 △혈연관계 △경제적 상호 보완성 △지리적 접근성 등 4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먼저 한·필리핀의 언어 등 문화가 서로 유사하다는 이야기가 참석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최 전 장관은 "필리핀 주재대사를 하며 놀랐던 점은 타갈로그어와 한국어 모두 '아낙' '사리(살이)' 등 유사한 단어가 많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필리핀인들은 가족을 우선시하고 윗사람을 공경하는데 한국인들도 그렇다"면서 문화 전반에서 두 나라가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과거 한국전쟁 때 필리핀이 한국에 파병한 역사를 소개하며 두 나라의 끈끈한 '정'을 들기도 했다. 최 전 장관은 "지난해 아키노 대통령은 '한국이 문제가 생기면 군대를 보낼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면서 "한국 사람들도 과거 파병된 필리핀 군인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두 나라가 경제협력에서 상호보완 관계에 있기 때문에 서로 '윈윈'하기 좋다고 최 전 장관은 설명했다. 그는 "필리핀은 기후가 좋고 자원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개발도가 낮아 한국엔 좋은 사업의 기회"라면서 "한국의 발전된 산업과 필리핀의 경제적 잠재력은 강력한 조합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최 전 장관은 "마닐라에서 부산까지 바다로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일이면 충분하다"면서 "이 같은 지리적 접근성이 두 나라의 협력에 중요한 장점"이라고 말했다.
한 실장은 한국기업 투자에 필리핀이 유리한 이유에 대해 "필리핀은 1억명에 가까운 인구를 가진 좋은 시장이며 구리, 니켈, 금 등 자연자원과 풍력, 바이오매스 등 가용 신재생에너지도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2000개 이상의 정규 대학과 영어를 사용하는 265만명의 대학생 등 풍부하고 우수한 인력도 보유하고 있다"면서 "골드만삭스는 이런 필리핀의 성장잠재력을 높이 사 세계 경제성장을 이끌 '넥스트 일레븐'(NEXT 11)으로 지목한 바 있다"고 말했다.
조재호 농림수산식품부 국제협력국장도 축사를 통해 "두 나라는 영농복합산업단지(MIC) 사업 실행을 추진, 지난해 11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성과를 낸 바 있다"면서 앞으로 두 나라가 더욱더 긴밀해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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