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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 신약 만들자] (1) 제네릭(복제약) 굴레를 벗어라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4.29 17:51

수정 2012.04.29 17:51

[블록버스터 신약 만들자] (1) 제네릭(복제약) 굴레를 벗어라

국내 제약산업이 벼랑 끝에 서 있다. 지난 4월 1일 시행된 약가인하로 건강보험 등재 의약품 가격이 평균 14% 낮아지면서 국내 제약사들은 수백억원의 손실을 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혁신 신약은 이제 생존을 위한 필수요건이 됐다. 절벽 아래로 추락할 것인가, 세계로 날아오를 수 있는 날개를 달 것인가. 약가인하 이후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글로벌 신약개발 전략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글로벌 블록버스터의 탄생'은 아주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그간 국내 상위 제약사들은 '제네릭(복제약)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약 개발에 매진해 왔다.
그 성과가 올해부터 가시화될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글로벌 신약에 주력하라

현재 국내 임상 3상 중인 신약은 총 24개. 그중 해외 임상은 6개다. 해외 임상 3상은 LG생명과학 3개, 동아제약 2개, 녹십자가 1개를 보유하고 있다. 가장 먼저 탄생할 신약은 동아제약의 슈퍼항생제 'DA-7218'이다. 동아제약은 올해 말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종료할 예정이다.

29일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슈퍼항생제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3조원이며 이 중 화이자의 자이복스가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동아제약의 슈퍼항생제는 자이복스보다 치료기간이 짧고 안정성이 높아 자이복스 매출의 25%(약 3750억원)까지 잠식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증권이 분석한 신약의 예상가치는 최소 900억원으로 동아제약의 약가인하 손실(800억~900억원)을 상쇄하는 규모다.

녹십자는 현재 희귀병 치료제인 유전자재조합 혈우병A 치료제 '그린진F'와 면역 글로불린제제의 임상 3상을 미국에서 진행 중이다. 오는 2014년부터 제품화가 예상되는 이 치료제는 이미 미국 파트너사와 3년간 5400억원 규모로 공급계약이 체결된 상태다.

또 녹십자 자체 개발 백신이 올해부터 남미 수출이 본격화되면서 약 1000만달러(약 110억원)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LG생명과학은 서방형(천천히 약물이 지속적으로 방출되는) 성장호르몬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성장호르몬 결핍증 환자들은 기존 매일 한 번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아야 했지만 LG생명과학의 신약은 1주일에 한 번만 맞아도 같은 약효가 나타나도록 개선됐다.

성인형 성장호르몬은 올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받아 내년부터 판매를 시작하고 소아형은 2014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전체 글로벌 시장 규모(4조원)의 10%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맞춤형 치료제로 미래 연다

맞춤형 치료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해 건강한 세포까지 파괴하는 부작용을 크게 줄인 '표적항암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지난 2009~2011년 임상시험이 진행된 214건의 항암제 중 74%에 달하는 158개가 표적항암제인 것으로 집계됐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이미 표적항암제 개발을 가시화하고 있다. 한국화이자제약은 올해 초 맞춤형 폐암치료제인 잴코리(성분명 크리조티닙)를 국내에 출시했다. 잴코리는 환자 개인의 유전자 특성을 먼저 파악해 치료법이 맞는 환자에게만 투여하기 때문에 효과를 높이고 이상반응을 최소화할 수 있다.

로슈의 유방암 치료제인 '허셉틴' 역시 특정 유전자로 인해 발병한 유방암 환자에 적용하는 표적항암제다. 국내에서는 JW중외제약이 Wnt표적항암제에 대한 임상 1상을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진행 중이다.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방영주 교수는 "맞춤의료를 통해 항암제 투약 전 이미 환자들에게 나타날 치료효과나 부작용을 가늠할 수 있다"며 "암이 신체 어느 부위에서 시작했는지가 아니라 어떤 유전자 변화로 생겼는지를 알 수 있다면 단순한 수명 연장이 아닌 완치를 지향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유전자 맞춤형 치료가 앞으로 신약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웅제약 연구본부 김현주 연구지원실 이사는 "표적은 항암제에만 적용되는 표현이지만 최근 신약 개발 트렌드 역시 약물이 특정 기전을 타깃으로 작용해 치료효과를 높이고 부작용과 독성은 줄이는 특징을 갖고 있다"며 "아직 시작 단계지만 결국 미래는 맞춤형 치료제가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맞춤형 치료제는 환자는 물론 보험재정에도 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다.


로슈와 제넨텍 임상을 총괄하는 프랑크 스카파티치 박사는 "맞춤형 치료는 환자들에게 최소 독성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만족도를 제공할 것"이라며 "동시에 보험급여 담당자들은 안정성과 유효성이 있는 의약품을 가려낼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재정 운용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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