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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다주택자, 투기꾼인가 임대사업자인가?/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1.07 17:02

수정 2013.01.07 17:02

[여의나루] 다주택자, 투기꾼인가 임대사업자인가?/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2008년 미국의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초래된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집값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거래도 제대로 안 된다. 최근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대부분의 가계부채는 주택과 관련돼 있다. 집값 하락은 부실 채권 증가와 소비 감소 등 여러 면에서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주택 수급사정이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고성장 속에 주택 부족 시대여서 국민이 집값이 일시적으로는 떨어지더라도 추세적으로 오른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인구 노령화와 저성장으로 주택수요가 늘어나지 않고 추세적으로도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급속한 노령화와 저성장의 지속으로 공급 부족이 아니라 수요 부족을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대부분 사람이 주택을 재테크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 구입보다는 임차해 거주하려 하고 있다. 현재의 집값이 소득에 비해 너무 높아 더 떨어져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집값의 급격한 상승도 문제지만 급격한 하락도 문제다.

이와 같은 여건 변화에 따라 주택정책 기조도 바뀌어야 한다. 주택공급 부족시대에 수요 억제를 겨냥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은 더 이상 유효한 정책수단이 될 수 없다.

그동안 정부는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을 여러 번 추진했으나 그 효과는 별로 없다. 주택수요 부족이 문제인데 주택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다주택자 중과세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 현재 전·월세가격이 오르는 것은 임대주택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부문에서 공급하는 임대주택은 전체 주택 재고의 5%에 불과하다. 임대주택의 대부분은 민간 다주택자가 공급하고 있다. 다주택자는 자산 증식을 추구하는 투기꾼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임대주택 공급자이다. 너도나도 집을 구입하려는 시기에는 다주택자의 주택 구입을 억제하는 시책이 필요했으나 주택수요, 임대주택 공급이 부족한 시기에는 다주택자를 처벌할 것이 아니라 장려해야 한다.

주택수요 확대와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 2013년 한시적으로 모든 주택 매입자에게 양도세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제안한다. 2012년으로 끝난 취득세 감면 조치도 연장해야 한다. 한시적 양도세 면제조치는 미분양 주택만 할 것이 아니라 기존 주택까지 포함시켜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 전세 제도는 5억원에 매입한 주택을 3억원에 임대하는 식이다. 집주인이 집값 상승을 기대해 2억원의 이자에 해당하는 임대료는 손해 보는 제도였다. 그런데 집값 상승이 기대되지 않는다면 누가 집을 사서 임대하겠는가. 집을 살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집을 사서 임대하도록 인센티브를 주어야 할 것이다.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아 새 집으로 이사 못 가는 경우도 많다.
미분양 해소를 위해 기존 주택 양도세 면제가 필요하다. 아울러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LH 등 공공부문에서는 분양주택은 대폭 줄이고 부족한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 할 것이다.
아울러 아파트 분양가 규제와 같이 공급 부족 시대의 불합리한 규제는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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