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나눠야 희망이 있다/임정효 산업부장·부국장

임정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1.08 17:08

수정 2013.01.08 17:08

[데스크칼럼] 나눠야 희망이 있다/임정효 산업부장·부국장

지난해에도 부동산 가격이 상당폭 오르고 소비가 양호한 국가가 있었다면 아주 예외적인 케이스일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 대다수 국가들이 심한 경기부진을 겪었기 때문. 특히 선진국이라면 예외는 드물었다.

그런데 캐나다가 바로 그런 나라였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인접국가인 미국의 금융시장과 주택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같은 경제권인 캐나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캐나다달러는 강세로 돌아섰다. 늘 미국달러보다 한 수 아래에 있던 캐나다달러는 지금은 미국달러를 제치고 강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마침 필자는 지난해 말 캐나다 토론토 일대를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그곳 경기가 어떤지 궁금해 이곳저곳 상가에 들를 때마다 '손님이 많은지' '경기가 어떤지'를 물어봤다. '어렵다'는 말은 들을 수 없었다. 최근 몇 년간 경기도 "특별히 나쁜 적은 없고 양호했다"는 대답이었다.

하루는 가게 한쪽에 놓인 현지 한인신문의 기사제목이 필자의 눈길을 확 잡아끌었다. 2012년 연간 부동산 경기의 내용을 분석한 기사였다. 연초 급등했던 집값이 하반기 들어 모기지정책 강화로 조정세로 돌아섰다는 내용이었다. 집값이 급등했다니… 온 세상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물론 홍콩, 이스라엘 등의 부동산 경기가 좋다는 기사는 본적이 있지만 그건 좀 다른 케이스다. 홍콩의 경우 주택공급이 만성적으로 부족한 나라다. 또 이스라엘의 집값은 2000년 이후 세계적 부동산 활황기 땐 꿈쩍 않고 있다가 근래 경제가 좋아지면서 오르는 것이어서 성격이 다르다.

이에 비해 토론토는 미국과 더불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다. 그런데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의 부동산 값 폭락엔 아랑곳 않고 있다가 오히려 급등했다니 놀랄 만한 일이었다. 실제로 토론토 집값은 살인적이다. 웬만한 방 세 칸짜리 아파트 한 채 사려면 80만달러(약 8억8000만원)는 쥐어야 한다. 월세의 경우 2500~3000달러는 기본이다. 그런데도 경제와 사회가 매우 안정돼 있다.

캐나다는 왜 이렇게 미국과 다를까.

필자가 살펴보고 내린 결론은 이렇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뭐니뭐니 해도 저소득층의 생활 안정이다. 캐나다는 교육비(고등학교까지)와 의료비가 무상이다. 자녀가 태어나면 성인이 될 때까지 매달 1인당 250달러가량 보조해 준다. 저소득층의 경우 정부가 매달 1000달러 남짓 보조해주고 월 임대료로 100달러만 내면 되는 임대주택도 지원해 준다. 노인이 되면 연금으로 기본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대신 소득세는 상당히 비싸다. 월급 받으면 절반 가까이 뚝 잘라내야 한다. 대신 생활이 어려운 빈곤층을 건전한 사회 일원으로 같이 안고 간다. 한마디로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계층이 빈곤층을 도와 같이 안정적으로 살아간다는 얘기다.

가진 자들이 잘 내놓지 않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의 경우 계층 간 적개심이 강하고 사회는 대결구도가 만연해 불안하기 그지없다.

결국 우리나라도 이런 고질적인 사회불안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진 자가 많이 내놓는 것 외엔 대안이 없다는 얘기다. 동정심과 양심에 호소하는 것으론 역부족이므로 제도화해야 한다. 많이 가진 사람들은 적게 가진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근래 우리나라도 종합과세제도가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다. 소득불균형을 완화하는 제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저소득층의 빈곤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다.

lim648@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