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명품의 허상/차석록 생활경제부장

차석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1.15 17:36

수정 2013.01.15 17:36

[데스크칼럼] 명품의 허상/차석록 생활경제부장

서울 청담동. 우리나라 부자들이 몰려사는 동네다. 특히 젊은 재벌 2, 3세들이 선호한다는 곳이다.

부자가 많다보니 상권도 럭셔리하다. 국내는 물론 해외 유명 고가(명품)브랜드들이 좋은 길목에 경쟁적으로 들어와 있다.

최근 모 방송국의 주말드라마 '청담동앨리스'를 통해 청담동 부자들의 삶이 조명되고 있다. 청담동이라는 제목도 그렇고 주인공을 비롯한 드라마속 출연자들은 잘 생기고 예쁘고 세련돼서 그런지 머리부터 발 끝까지 명품으로 휘감은 모습이다.
궁금했다. "도대체 제(출연자)가 휘두르고 있는 게 얼마나될까."

드라마속에서 이런 장면이 나온다. 해외명품브랜드의 한국법인 최고경영자(CEO)인 주인공은 "한국에서는 가격이 비싸야 한다. 더 비싸야 남들과 다르다는 만족감을 갖기 때문"이라고. 그러면서 "무조건 가격을 올리라"고 강조한다.

그는 "된장녀들이 오늘날 우리 회사를 있게 해준 고마운 분들"이라고 말한다. 물론 드라마속 장면이다.

새해 들자마자 이탈리아 명품브랜드인 구찌가 일부 인기 핸드백과 지갑의 가격을 올렸다. 아마 다른 업체들도 시기를 저울질할 뿐 조만간 뒤따라서 가격을 인상할 것이다. 지난해 프라다는 세 번이나 가격을 올렸다. 한국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브랜드인 루이뷔통, 샤넬 등도 인상대열에 동참했다.

한국시장은 해외명품업체들 입장에서는 황금시장이다. 수도권의 어느 명품 아웃렛 매장은 지금 같은 엄동설한에도 벌벌 떨면서 매장 입장을 위해 고객들이 차례를 기다린다.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풍경은 여기뿐이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명품고객(?)들을 이처럼 대우하는지 궁금하다. 또 불만도 없이 기다리는 수고를 해주는 충성고객이 있을까.

아직 2012년 실적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2011년 실적을 보면 대부분의 해외명품업체들은 국내에서 떼돈을 벌었다. 영업이익률만 보면 2012년 사상최대의 실적을 올린 글로벌초우량기업 삼성전자보다도 좋다.

지난 2011년 구찌그룹코리아는 2959억원의 매출에 4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236억원. 그러나 기부금은 5648만원. 영업이익의 0.1% 수준이다. 생쥐꼬리만큼도 되지 않는다.

루이비통코리아는 4973억원의 매출에 574억원의 영업이익을 나타냈다. 당기순이익은 449억원. 이 가운데 400억원을 배당해 본국에 송금했다.

루이비통코리아가 그해 기부한 돈은 2억1100만원. 전년의 5855만원에 비하면 늘어난 금액이지만 영업이익의 0.4%도 되지 않는다. 기부 시늉만 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나마 최근 해외 명품 브랜드의 빈약한 사회공헌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이 정도다.

구찌가 새해 벽두부터 가격을 올렸을 때 문득 청담동앨리스에서 나오는 장면이 떠올랐다. 드라마처럼 구찌도 회의를 하면서 '무조건 가격을 올리라'고 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드라마에 나오는 주요 출연자들의 의류나 악세사리 등을 확인해보니 일부 고가의 브랜드도 있었지만, 명품과 거리가 먼 가격대의 평범한 국산제품들이 적지않았다.
TV홈쇼핑은 물론 인터넷쇼핑몰, 마트에서도 파는 것들도 있다. 그동안 명품이 아닌데도 연예인이 하니 명품처럼 내눈에 보인 것이다.
굳이 카드할부를 해가면서 명품을 살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cha1046@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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