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美 이민개혁안 통과될까/정지원 뉴욕특파원

아무리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지만 아직까지 세계에서는 '기회의 나라'로 통하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에 거주하는 1100만여명의 불법체류자가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이 중에는 한인 23만명도 포함돼 있다.

말이 통하고, 문화가 익숙한 모국을 떠나 당장 내일이라도 강제로 추방당할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도 이들은 모국보다는 '아메리카'에서 더 많은 기회가 있다는 희망을 안고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들에게 최근 엄청난 희소식이 전해졌다.

미 연방 상원의 중진 의원들로 구성된 '8인 위원회'가 불법체류자에게 시민권 취득 기회를 주는 포괄적인 이민개혁안 초안에 합의한 것이다.

이민개혁안은 미국에 이미 살고 있는 불법체류자들에게 합법적인 신분 취득 기회를 마련해주고 외국인 숙련기술자 비자 쿼터 증대 및 영주권 부여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대신 멕시코와 캐나다 등 인접 국경 감시와 더불어 불법체류자들을 고용하는 업체들에 대한 처벌 강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민개혁안은 지난 2007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에도 의회에서 심각하게 논의됐지만 결국 무산된 바 있다. 이번 개혁안에 대해 불법체류자들이 희망을 걸고 있는 이유는 전통적으로 이민자들에게 관대하지 않았던 공화당 소속 의원들도 '8인 위원회'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이민개혁안에 찬성하는 이유는 지극히 정치적이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히스패닉(라틴)계 이민자들이 민주당 소속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여준 엄청난 지지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8명의 상원의원 중 한 명인 찰스 슈머 민주당 의원이 언급한 것처럼 이 개혁안이 입법화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

아직까지 공화당 강경파들의 반대 목소리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과는 달리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 이번 개혁안이 그대로 통과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미 하원의 라마르 스미스(텍사스주) 전 하원 법사위원장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상원 중진 의원들이 합의한 이민개혁안이 하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개혁안은 미국 국민들과 납세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 국민들을 위한 것"이라며 "우리가 당장 해결해야 될 문제는 이민정책이 아닌 경제회복 및 고용창출"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반이민 단체들은 이번 개혁안을 강력하게 비난하며 각 의원들에게 반대의사를 전달하는 전화걸기 운동 등의 캠페인을 전개하고 나섰다.

실제로 이민개혁안에 대한 미 국민들의 시선도 그리 우호적인 편은 아니다. 최근 미 CBS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불법체류자에게 시민권 취득을 허용하는 데 찬성한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51%에 그쳤다.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대규모 불법체류자 사면이 이뤄진 것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집권한 1986년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를 방문, "포괄이민개혁안을 이번에 반드시 성사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학생들 중 절반 이상이 히스패닉계인 한 고등학교 강당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포괄적인 이민개혁에 나설 때는 바로 지금"이라고 역설했다.


공화당은 지난 수개월간 '악몽'의 길을 걸어왔다. 대선에서 오바마에게 재선을 허용했고 재정절벽 합의에서도 결국 양보했다. 불법체류자들에게는 사활이 걸린 이번 이민개혁안 문제가 지난 수개월간의 서러움을 분풀이할 공화당의 '응징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jjung72@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