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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생보사 고발’ 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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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을 비롯해 9개 보험사에 대해 변액보험 최저보증수수료를 담합했다고 통보하자 생보업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올해 보험업권에 만만치 않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초부터 과징금에 검찰고발 방침까지 나오다 보니 어안이 벙벙하다는 것이다.

보험업계가 황당해하는 이유는 공정위가 담합이라고 지목한 최저보증수수료가 사실은 감독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맞춰 정해졌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담합기간으로 지목한 2001~2005년은 우리나라에 변액보험 상품이 처음 등장한 시기다. 지금도 그렇지만 금융상품이 처음 출시되면 해당 금융사와 금융감독원이 상품의 수수료체계 등 구성에 대해 협의하기 마련이다.

보험업권 근무 경력이 오래 된 업계 관계자에게 당시 상황을 묻자 "이게 담합이라면 담합을 주도한 건 금융당국이라는 얘기"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변액상품이 처음 출시되면서 당시 행정지도 형식으로 최저보증수수료를 사망보증은 0.05%, 연금보증은 0.1%를 넘지 못하도록 당국이 상한선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시 상품을 준비했던 보험사 대부분이 이 가이드라인에 맞춰 최저보증수수료를 정하다 보니 모두 같아졌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국내에 처음 출시하는 상품이라 각종 요율 등을 회사별로 산정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감독당국이 나서서 조율했던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2001~2005년 사업 초기에만 수수료가 같았고 그 이후부터는 회사마다 차이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미 지난해에 은행권과 증권업계를 상대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조사에 나선바 있다.

공정위는 한 금융사가 자진신고 감면(리니언시)을 해왔다는 이야기까지 시장에 흘리면서 당시 금융권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대부분의 은행·증권사가 담합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고 금융당국까지 나서서 사실이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공정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개월이 지난 지금 공정위는 CD 금리 담합과 관련해 슬그머니 입을 다물어버렸다.

옛 속담 중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세상을 살다 보면 불은커녕 장작도 넣지 않은 굴뚝을 보고 연기가 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종종 만날 수 있다.
공정위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야심차게 칼을 뽑았다. 이번에는 특히 검찰고발까지 언급하면서 초강경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보험사들은 다소 여유 있는 분위기다. 아무리 뒤져봐야 나올 게 없다는 자신감 때문은 아닐까? 민감한 시기에 공정위가 다소 무리수를 둔 것은 아닐는지 염려스럽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