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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리베이트 단절 선언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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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갖고 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제약사로부터 받던 리베이트 단절을 선언했다. 의사들이 그동안 관행으로 여겨오던 리베이트를 안 받겠다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에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양 단체는 리베이트의 원인으로 복제약 중심인 국내 제약사의 리베이트 관행과 낮은 의료수가 정책으로 인한 의사들의 경영상 어려움을 꼽으며 그 책임을 제약사와 정부에 전가했다. 반면 의료계 내 자율 규제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힐 뿐, 자정 노력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겠다는 언급은 없었다.

리베이트라는 것은 주는 자가 있으면 받는 자가 있는 것이기에 현행법상 쌍방이 처벌받게 돼 있지만 이날 양 단체는 리베이트에 대한 책임을 '주는 자', 즉 제약사의 탓으로만 돌렸다. 게다가 현행 쌍벌제는 선량한(?) 의사들을 범죄자로 몰고 있다고 주장하며 제도 탓만 하고 있다.

또 이번 선언이 최근 제약사의 잇따른 리베이트 적발로 제약사뿐 아니라 의사들까지 고발조치되면서 '의사집단은 리베이트를 받는 집단'으로 몰리자 이를 의식해 마련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다.

의사협회는 2011년 말 보건의료단체들이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자정선언을 할 때 "자정결의는 그동안 잘못해 온 것을 앞으로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인데, 그건 우리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홀로 동참하지 않았다.

아울러 리베이트 단절을 선언하면서 리베이트 쌍벌제의 개정을 조건으로 내걸고, 이것이 수용되지 않으면 제약사 영업사원의 의료기관 출입을 막겠다고 밝혀 이번 선언이 쌍벌제의 개정을 위해서인지 진심으로 리베이트를 안 받겠다는 것인지 진정성이 의심되고 있다.

더욱이 의협 회원들과의 충분한 논의과정 없이 진행된 선언이기에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할지도 미지수다. "이번 선언으로 마치 의사 전부가 리베이트를 받고 있다는 인식이 생길지 우려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의료계 내부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제약업계는 리베이트 단절 선언을 반기면서도 한편으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이번 선언으로 구조적 부분의 개선 가능성이 생겼지만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의사들이 완전히 사라질지는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결국 의료계가 진정 리베이트를 받지 않는 의사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제약사나 제도를 탓하기보다는 자정 노력이 먼저라는 이야기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