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알레르기 비염 앓는 아이 재발성 중이염 잘 걸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3.22 17:27

수정 2013.03.22 17:27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성태정 교수(왼쪽)가 중이염에 걸린 아이를 진료하고 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성태정 교수(왼쪽)가 중이염에 걸린 아이를 진료하고 있다.

#. 30대 주부 김모씨는 환절기만 되면 감기에 걸린 아이가 중이염을 달고 살아 걱정이다. 실제로 요즘 소아과에 가보면 중이염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왜 감기만 걸리면 중이염이 함께 오는 걸까. 22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중이염으로 입원 또는 외래 진료를 받은 환자는 279만명이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세가 126만2486명으로 절반에 가까운 45%를 차지했다.
10~19세가 30만8319명, 30~39세 24만2345명, 40~49세가 22만9783명으로 뒤를 이었다. 0세도 9만4841명이나 됐다.

한림대성심병원 이비인후과 이효정 교수는 "소아에게 중이염이 잘 생기는 이유는 신체적인 특성의 영향이 크다"며 "소아는 고막의 안과 바깥쪽 기압을 같게 해주는 유스타키오관이 성인에 비해 짧고 굵으며 평평하기 때문에 코가 막히거나 목이 부으면 기압이 낮아져 중이강 내에 염증성 액체가 쉽게 찰 뿐 아니라 바이러스와 세균 전이가 빠르게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또 이관의 모양 때문에 코를 세게 풀면 귀와 코를 연결하는 이관을 타고 세균이 중이 내로 쉽게 들어가 중이염에 잘 걸린다.

■2세 이전 발병하면 재발 확률 ↑

중이염은 생후 6개월부터 발생빈도가 높아져 2세 전후의 어린이에게 잘 나타난다. 첫 발병 시기가 2세 이전인 경우 그 이후인 아이에 비해 반복적으로 급성중이염에 걸릴 확률이 높다.

또 알레르기 질환이 늘어나는 것도 영향이 있다. 알레르기 비염은 만성적으로 코 점막에 알레르기 염증과 점막종창이 생기므로 귀까지 전이된다. 만약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상태에서 감기에 걸리면 오래 아프고 축농증, 중이염 같은 합병증이 쉽게 생긴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유아가 감기에 걸리면 1~2주 후 완치되지만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어린이는 감기에 걸릴 경우 2~4주까지 지속된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전유훈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재발성 중이염이 합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이염 진단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201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알레르기 비염 유병률은 초등학생이 44.5%, 중학생이 42.5%였다.

■눕혀서 분유 먹이면 안돼

평소 부모의 생활습관도 아이의 중이염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아이를 눕혀서 분유를 먹이거나 잠을 잘 때 공갈젖꼭지를 물리면 귓속 압력 변화로 중이염에 걸릴 확률이 높다. 귀 내부의 압력이 변하면 물이 쉽게 차고 바이러스와 세균이 침투해 염증이 잘 생긴다. 2세 미만의 영아가 집단보육시설에 다니는 것도 중이염 발병률을 높인다. 보육시설에서 전염되는 상기도 감염이 많아서다. 한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함께 수업을 듣던 영아도 중이염에 쉽게 전염된다. 이어케어네트워크 상이비인후과 상동민 원장은 "감기를 앓지 않았더라도 유치원 등의 집단환경에 노출된 아이는 호흡기 등을 통해 감기 바이러스가 빠르게 전파될 수 있고 중이염에 걸릴 빈도도 더 높아지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잘 못 듣는 아이 '중이염' 의심

중이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통증과 이루, 발열, 난청, 어지러움이다. 귓속이 붓고 중이에 가득 찬 염증이 바깥으로 흐르기도 한다. 소리를 증폭시켜 내이로 전달하는 중이가 막히면 잘 들리지 않는다.

아이가 아무런 이유 없이 손을 귀에 가져다 대거나 잘 듣지 못한다면 중이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중이염에 걸린 영아는 보채거나 구토, 설사 같은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전유훈 교수는 "소아에게 중이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나이와 언어발달이 급속도로 이뤄지는 시기가 같다"며 "중이염이 반복되면 듣고 말하는 데 문제가 생기므로 발생 빈도가 흔하고 증상이 오래간다면 치료를 받아야 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청력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는 통증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대부분의 중이염은 항생제 복용 없이도 치료되지만 만성중이염은 정도가 심할 뿐 아니라 약으로 치료가 불가능해 수술을 요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귀인두관의 부기를 빼기 위해 울혈제거제나 항히스타민제를 처방한다.


상동민 원장은 "급성 이명은 초기 약물치료로 70~80%가 회복되며 만성적인 증상도 정확한 원인을 알고 치료하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며 "초기 치료가 중요한 만큼 이런 증상이 나타날 때는 최대한 빨리 병원을 찾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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