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대기업 편법 재산증여 여전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4.10 16:22

수정 2013.04.10 16:22

대기업 최대주주들이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편법적으로 자녀들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행태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과세책임이 있는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책임을 서로 미루며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식변동 및 자본거래 과세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이 적발한 업체는 9개에 달한다. 편법적으로 부를 이전하는 방식은 △일감 몰아주기 △일감 떼어주기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등이다.

일감 몰아주기 사례를 보면 현대차그룹은 2001년 2월 비상장법인인 현대글로비스를 설립한 뒤 물류 업무를 몰아줬다.
그 결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에 최초로 20억여원을 출자했으나 주식가치는 2조원 이상 치솟았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비상장법인에 정보기술(IT) 일감을 몰아준 뒤 인건비 등을 높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경제적 이득을 챙겼고,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동생이 설립한 비상장법인에 스크린 광고영업 대행 독점권을 넘겼다.

일감 떼어주기 사례를 보면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자녀와 배우자 등은 2개 회사를 설립한 뒤 롯데시네마 내의 매장 등을 싼값에 임대 받았다. 이들은 280억여원의 현금배당을 받고 주가 상승으로 782억여원의 이익을 봤다.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의 딸은 2005년 1월 사업분할 형태로 한 업체를 설립한 뒤 신세계 계열사로부터 저가에 매장을 제공받았고, STX그룹 강덕수 회장은 자녀 명의 회사에 사원아파트 신축공사 물량을 몰아줬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를 보면 프루밀 신준호 회장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대선주조의 증설 예정 부지가 산업단지로 지정될 것이란 내부정보를 알고 손자 등 4명에게 127억원을 빌려주며 주식을 사들이게 했다. 신 회장의 손자 등은 1025억원의 양도차익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지난 2004년 증여세 과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완전포괄주의는 무용지물이었다.

정부는 새로운 유형의 변칙증여를 막기 위해 증여세 과세대상을 확대한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했다.
그러나 도입한 지 9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세청은 상속세.증여세법에 증여 시기, 이익 산정 규정이 없다며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았고, 기재부는 과세요건을 위한 기본틀은 마련하지 않은 채 사실 관계는 국세청이 파악해야 한다며 책임을 미뤘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