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아이언맨 3

성일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4.29 16:16

수정 2013.04.29 16:16

[새영화] 아이언맨 3


'람보' '다이하드' '터미네이터'. 이 세 편의 시리즈물에는 달갑지 않은 공통점이 있다. 1편과 2편의 큰 성공에도 불구하고 3편에서 망가진 것이다. '반지의 제왕'이나 '대부'는 미리 3부작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그렇지 않고선 세번째 작품이 1·2편을 능가하기란 쉽지 않다.

'아이언맨 3'(감독 셰인 블랙)에는 이전 흥행작들의 실패 코드를 따르지 않으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처음 이 시리즈물에 투입된 블랙 감독은 동일한 주연배우에 똑같은 강철 슈트를 입히고도 관객의 눈길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정보기술(IT)의 현란한 발전 속도에 익숙한 관객들의 기대감을 배반하지 않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이언맨 3'에 등장하는 슈트는 모양만 같을 뿐 이전 것과 완전히 다른 기능을 지녔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마음속 생각을 읽어 반응한다. 우리가 상상 속에서 꿈꾸는 것들을 이 영화는 현실로 보여준다. 감독은 관객들에게 슈트 속의 인물이 곧 나라는 착각마저 일으키게 한다.

'아이먼맨 3'의 슈트는 편수를 거듭하면서 급격한 진화의 단계를 밟아왔다. 상상력에 의한 무한 변신이다. '스타워즈'가 처음 나왔을 때 할리우드의 제작자들은 조지 루카스의 상상력을 비웃었다. 터무니없는 우주전쟁 이야기에 관객들이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관객은 열광했다.

1970년대 영화를 본 사람들은 누구도 루카스의 상상력이 실제로 가능해지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시절 동영상 전송은 만화나 영화 속의 일일 뿐이었다. 하지만 상상은 곧 현실로 입증됐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드라마(영화)란 "실제로 일어났지만 믿을 수 없는 일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진 않았지만 믿을 수 있는 일을 창조하는 작업이다"라고 말했다.

'아이언맨 3'에는 할리우드의 최근 공식들이 모두 등장한다. 유전자를 변형시켜 만든 인간 폭탄을 앞세운 초강력 테러리스트, 그들의 범행 목표는 대담하게도 미국 대통령 납치다. 테러리스트 킬리언(가이 피어스)은 해묵은 원한으로 인해 주인공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파멸시키려 한다. 강철과 폭탄의 격렬한 몸싸움은 그들의 틈새에 끼인 귀네스 팰트로(페퍼 역)의 가냘픈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하지만 위기에 빠진 스타크를 구해내는 사람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사슴 같기만 한 페퍼다.

'아이언맨 3'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미 대통령의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이 폭파하면서 공중에서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는 사람들을 하나씩 구해내는 장면에선 감독의 연출력과 아이디어가 빛을 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없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이런 영화의 단점을 독특한 캐릭터 연기로 지워낸다.
내 생각을 그대로 읽는 로봇. 내가 로봇인지, 로봇이 나인지. 이런 혼란을 담아내는 다우니 주니어의 표정연기는 오스카상 감이다. 볼거리에 치중한 시리즈 히어로물만 아니라면.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29분.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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