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기러기아빠’ 매년 2만명씩 급증.. 사회적 차원 대책 시급

김영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5.13 18:01

수정 2013.05.13 18:01

‘기러기아빠’ 매년 2만명씩 급증.. 사회적 차원 대책 시급

무기력증, 우울증 등 각종 정신적 질병을 앓고 있는 기러기아빠들을 위한 정신건강 검진체계 및 사회적 관계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성균관대학교 엄명용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3일 한국워킹맘연구소와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 주최로 열린 '기러기 아빠, 희망을 향해 날다' 간담회에서 "홀로 남겨진 기러기아빠들에게서 자살, 이혼 등의 문제가 나타나면서 기러기가족 현상을 사회문제로 볼 수 있게 됐다"며 "기러기아빠를 위한 건강가정지원센터 서비스나 가족치료 개입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조기 유학생 출국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평균 약 2만2000가구의 기러기 가족이 생겨난 것으로 추정된다. 엄 교수는 기러기가족의 출생 배경으로 국내 교육 체계의 문제, 자녀중심의 도구적 가족주의 가치관, 가정 내 갈등의 회피수단 등을 들었다. 엄 교수는 "자녀의 행복을 위한 교육을 도모하고자 하는 개인적 노력이 오히려 가정의 약화, 가족해체의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며 기러기아빠 문제가 개인이 아닌 사회적 문제임을 강조했다.

엄 교수는 기러기아빠에게서 나타나는 문제점으로 △음주 증가 등 신체적 변화 △외로움, 소외감 등 심리적 변화 △모임 회피 등 사회적 변화 △가족관계에서 존재감 하락 △성적욕구 해소의 어려움 등을 꼽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직장, 보건소, 건강가정지원센터 등을 통한 정기적인 정신건강 검진과 기러기아빠들의 만남을 통한 정신적·정서적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분거상태에서 가족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가족 재결합 시 많은 저항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가족치료 개입이 있어야 하고, 자살위기 등 응급상황 시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러기아빠들의 정신건강 악화와 관련해서 채정호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교수는 "기러기아빠들이 각종 문제점 중 정서적 어려움을 가장 많이 호소한다"고 설명했다. 채 교수는 "남성은 강력한 스트레스에 비해 반복적으로 미약하게 발생하는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정서적 표현보다 충동적 행동표현이 많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네트워크 중심의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 박경은 사업기획팀 팀장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전국 광역·시·도와 시·군·구에 총 149곳이 설치돼 있으나 기러기가족과 관련된 프로그램은 극소수이고 이마저도 본래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기러기아빠가 건강가정지원센터와 같은 서비스를 자발적으로 선택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사전예방적인 관점에서 기러기가족에 미리 개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기러기가족으로 살기로 결정한 후 가족 관계 및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사전교육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ys8584@fnnews.com 김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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