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10만원에 사서 130만원에 파는 ‘레고 재테크’ 아시나요?

유현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5.15 16:44

수정 2014.11.06 13:39

레고 스타워즈 시리즈 10134
레고 스타워즈 시리즈 10134

#. 어린 시절부터 레고시리즈에 열광하던 김성현씨(35)는 얼마 전 100만원에 레고 스타워즈 시리즈 10134를 구입하고 뿌듯했다. 2004년 한정판으로 출시된 이 제품의 출시당시 가격은 10만원대였지만 최근에는 120만~130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에 판매되니 김씨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입한 셈이다.

#. 바비인형 마니아 이서윤씨(37)는 한정판 바비인형이 출시되면 해외여행을 가는 지인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구매한다. 한정판 바비인형은 40만~50만원을 호가하지만 시간이 지날 경우 희소성이 있어 구입도 어렵고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기 때문에 정가에 판매되는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그녀만의 수집 노하우다.

오래된 장난감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올랐다. 희소성이 높은 한정판 장난감은 중고지만 신제품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이른바 '레고재테크'가 부각되고 있는 것.

15일 온라인쇼핑몰 업계에 따르면 키덜트(Kid+adult)족이 증가하면서 만화, 피규어, 프라모델 등 한정판 완구가 재테크 수단으로 부상했다.

키덜트란 키드(kid:아이)와 어덜트(adult:어른)의 합성어로 20∼30대의 어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린이의 분위기와 감성을 간직하고 추구하는 성인들을 일컫는 말이다.

온라인몰에서는 한정판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완구류가 등록되면 며칠 만에 동이 나기 일쑤고 온라인 카페를 중심으로 소비자 직거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한정판 완구류의 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완구류 재테크를 '레고재테크'라 명명하게 된 것은 레고사의 정책이 한몫했다. 덴마크 기업인 레고사는 어른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교한 모델을 속속 출시하면서 마니아층을 성인으로 확대하는 데 성공했고 단종 정책을 펴면서 "레고를 모아두면 가격이 오른다"는 입소문이 퍼졌다. 일단 단종이 되고 나면 온라인 레고커뮤니티나 중고거래카페, 해외구매대행 등을 통해서만 한정적으로 구할 수 있어 프리미엄 가치가 올라가게 된다.

레고 한정판이 높은 소장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면서 레고의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실제로 옥션에서는 닌자고 등 다양한 시리즈가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지난해 레고 판매량이 전년 대비 245% 증가했고, 올해 들어서도 최근 4월까지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84%나 늘었다.

레고의 재테크 가치는 출시되자마자 품귀현상을 빚는 인기상품, 또는 단종 제품일수록 프리미엄이 높게 붙는다. 일례로 레고 제품명은 숫자로 표기되는데, 일명 '만번대'로 불리는 세트상품 등이 성인들이 가장 많이 수집하는 인기제품으로, 상품 가치도 높다. 카페코너(10182), 그린그로서(10185), 에펠탑(10181), 머스크기차(10219), 에메랄드나이트(10194) 등이 대표적인 1만번대 제품으로, 가격대가 10만원에서 백만원대에 거래된다.

단종된 시기가 비교적 짧은 제품도 최근 들어 가격이 올랐다. 최근 단종된 '머스크기차(10219)'는 출시 당시 16만원에서 단종 후 23만원까지 가격이 상승했고 캐리비안해적시리즈 중 하나인 '앤여왕의 복수호(4195)'는 15만원에서 25만원까지 가격이 수직상승했다.

캐나다 메가블럭사가 지난 2003년 애니메이션 원피스와 협업으로 선보인 메가블럭 고잉메리호도 출시당시 가격은 5만~6만원대였으나 최근에는 박스를 개봉하지 않은 제품의 경우 200만원을 호가한다.

바비인형
바비인형

바비인형 역시 단종된 시기가 오래된 한정판의 경우 10배까지 가격이 뛴다. 마니아층이 두껍게 형성돼 있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를 모델로 만든 바비나 엘리자베스1세 여왕을 본 뜬 바비인형은 수십만원을 지불한다 해도 제품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다.

키덜트 열풍은 레고나 바비인형에 한정되지 않는다.
1938년 발행된 슈퍼맨이 처음 등장한 만화잡지 액션은 당시 판매 가격이 100원에 불과했지만 현재 가격은 10억원 이상이다. 또 1905년에 만들어진 테디인형은 1994년 한 경매에서 2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옥션 관계자는 "인기제품이 단종되면 박스를 뜯지 않은 새 제품 기준으로 보통 30%에서 많게는 두 배 가까이 프리미엄이 붙게 된다"며 "옥션 중고장터에서는 레고 중고상품이 130여개가 등록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yhh1209@fnnews.com 유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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