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월드리포트] 글로벌 시한폭탄 ‘정크 본드’/강일선 로스엔젤레스특파원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5.17 16:17

수정 2014.11.06 13:12

[월드리포트] 글로벌 시한폭탄 ‘정크 본드’/강일선 로스엔젤레스특파원

"연방준비제도(Fed)가 언제 금리를 올릴지만 알 수 있다면 큰돈을 벌 수 있다." 헤지펀드의 신화적 존재인 조지 소로스와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 등 세계 최고의 투자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월가의 고수들은 채권시장이 마지막 대박의 기회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 금리인상 시기가 임박하면 채권값이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리 채권을 숏(Short·매도)해 두거나 풋옵션을 사 놓으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초우량 채권인 미 국채와 투자 등급 이상의 우량 기업 회사채는 이미 포화상태다.
유럽과 일본의 큰손들이 미국 증권을 닥치는 대로 사들이면서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다.

이제는 불량 채권인 정크 본드까지 폭등하며 버블화되고 있다. 지난주 정크 본드의 이자율을 지수화한 '바클레이스 미국 기업 하이일드 (High Yield)지수'는 사상 최저치인 4.96%까지 떨어졌다. 금융위기가 터졌던 지난 2008년 바클레이스 하이일드 지수는 23%까지 급등했으나 그 후 시장의 안정과 함께 이자율이 하락하며 지난 2011년엔 10% 선으로 떨어졌다. 정크 본드 시장의 볼륨도 지난 2011년 2000억달러(약 221조원)대에서 지난해엔 3500억달러(약 387조원)대로 75%나 급증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고 등급인 '트리플 A(AAA)'의 미 국채와 정크 본드의 스프레드(금리차)는 지난 2008년 20%포인트에서 지난 7일엔 4.056%포인트까지 좁혀졌다.

미국의 양대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각각 Baa, BBB 등급 이상을 투자등급 채권으로 분류하고 있다. 지금까지 Baa와 BBB 등급 이상의 기업들이 부도를 낸 비율은 각각 2.09%와 4.14%였다. 반면 정크 본드의 부도율은 각각 31.37%와 42.35%에 달했다. 특히 C등급의 경우 부도율은 각각 69.18%와 69.19%를 기록했다.

역사적으로 정크 본드시장이 과열될 때마다 예외 없이 위기가 찾아오곤 했다. 1980년대 초, 막대한 유동자금들이 투기적으로 채권시장에 유입됐으나 연 10%를 상회하는 고물가와 20%에 이르는 초고금리로 기업 부도율이 높아지면서 정크 본드 시장이 치명타를 입었다. 자금경색이 심화되면서 은행을 비롯한 기업들의 파산이 줄을 이었다. 1983년에 발행된 채권의 3분의 1 이상이 투자등급 이하의 부실채권이었다.

1990년엔 정크 본드 값이 급락하면서 미국 최대 투자회사였던 드렉셀 번햄을 파산으로 몰고 갔다. 드렉셀의 파산은 당시 미 역사상 최악으로 기록됐고 세계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지난 2008년 발생한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과 세계적인 금융 공황도 정크 본드의 일종인 비우량 주택담보(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을 편입시킨 자산유동화증권(CDO)의 붕괴로 인해 촉발된 것이었다.

과거의 예로 보면 정크 본드시장이 버블화될 때가 금융시장의 정점인 적이 많았다.

정크 본드로 돈이 몰린다는 것은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고수익을 보장할 상품이나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가 안정돼 부실 기업들의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사실이다.
전자는 정크 본드의 거품을 키워 리스크만 잔뜩 높였고 후자는 Fed의 금리 인상시기를 앞당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채권 리스크는 커지게 돼 있다.


결국 돈이 선순환을 하지 못하고 리스크를 타인에게 떠넘기는 악순환을 거듭하다 보면 언젠가 정크 본드 시장의 버블은 꺼지고 그 충격은 미국을 넘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기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

ki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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