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해외서 상용화한 무세제 세탁기 국내선 외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5.19 17:00

수정 2013.05.19 17:00

해외서 상용화한 무세제 세탁기 국내선 외면

국내 업체가 개발해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은 '무세제 세탁기 기술'이 정작 국내에서는 이렇다 할 재미를 못 보고 있다. 뒤처지는 가격 경쟁력, 타 사업군과의 마찰, 소비자 고정관념 때문이다.

19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경원엔터프라이즈가 개발한 무세제 세탁기 제조장치는 2008년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가정용 전기기기분야 국제표준화 회의에서 IEC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가전업체들은 이를 상용화한 제품 개발 및 판매에 소홀한 분위기다.

이와 대조적으로 해외 가전업체들의 경우 세제 대신 음이온 혹은 공기를 이용해 빨래하는 세탁기를 내놓고 있다.


'무세제 세탁기'는 세탁기 내부에 특수 전기분해장치를 장착, 수돗물과 결합시켜 이온수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세탁물에 묻은 각종 오염물을 제거해내는 원리다.

1998년 대우전자(현 동부대우전자)가 '마이더스'라는 제품명으로 국내시장에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세제 없이 세탁을 한다는 것은 상당한 '혁신'이었다. 세제를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인데다, 헹굼 등에 필요했던 물 사용량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어 경제적이었다.

하지만 이 세탁기는 시장에서 그리 오래 버티지 못했다.

신기술을 탑재한 제품이다 보니 가격이 일반 세탁기에 비해 3배 가까이 비싸다는 게 가장 큰 흠이었다.

물 사용량을 아낄 수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득일 수 있지만 당장의 효용가치를 따지는 소비성향상 부분은 크게 어필이 안됐다.

'세제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콘셉트가 세제 업계로부터 강한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세제업체에는 무세제 세탁기의 존재 자체가 큰 위협이었기 때문.

여기에다, '거품을 충분히 내 때를 빼야 깨끗해진다'는 소비자들의 고정관념까지 작용해 제품 구입 욕구를 자극하는데 실패했다.

이런 이유로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은 국내 업체의 무세제 세탁기 기술이 정작 국내 시장에서는 이렇다 할 구실을 못하고 있다.

반면 일본의 산요, 중국 하이얼을 포함해 일부 유럽 가전업체들은 이 제품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며 실제 제품 출시로도 연결해내고 있다. 하이얼의 경우 프리미엄 가전 라인업에 이 제품을 포함해 재미를 톡톡히 봤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전업계에서 친환경 트렌드를 내세워 마케팅할 수 있는 부분이 에너지효율이나 탄소배출량 정도에 국한돼 있다"며 "무세제 세탁기는 가전제품 출시에 있어 기술력 외의 다른 여러 가지 요인도 꼼꼼히 고려해야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로 우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고려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july20@fnnews.com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