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과세·감면 대폭 축소 추진에 전방위 조세저항

정부가 강도 높은 비과세.감면제도 개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기업.중소기업 및 납세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정치권은 이 같은 조세저항이 정치적 부담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 향후 당정협의 등을 통해 세제개편안 수정 방침을 제시할 예정이다.

앞서 한국조세연구원(이하 조세연)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발주해 지난 26일 발표한 '비과세·감면제도 정비에 관한 제언 용역 보고서'는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되는 투자.연구개발(R&D) 관련 비과세.감면제도에서 인력개발비나 연구원 학력기준 등 비용인정 범위를 조정하는 한편 R&D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도 다른 제도와 통합하거나 세율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중소기업지원 분야에서는 고용창출과 창업.엔젤투자 지원과 관련해 조세지원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제언했다.

이에 대해 경제계는 R&D 세액공제 적용 범위의 확대 등을 주장했다. 특히 연구개발, 고용과 관련된 세액공제의 축소로 기업투자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27일 "국제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감세와 조세환경 개선을 통해 기업 의욕을 높여야 한다"며 "특히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R&D세액공제 적용 범위 확대는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도 이날 "R&D 등 기업투자 환경과 직결되는 주요 조세지원 제도를 축소, 폐지하는 조세연구원의 방안은 사실상 대기업에 대한 증세"라며 "R&D 등 투자와 관련한 인센티브를 줄일 경우 투자의욕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조세연이 개최한 '과세형평 제고를 위한 2013년 비과세.감면제도 정비에 대한 제언' 공청회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토론자로 참석한 대기업.중소기업.납세자 대표들이 비과세.감면 축소 및 폐지에 대해 '줬다 빼앗는 식'이라며 반발한 것이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고용투자창출세액공제 조정과 관련, "이는 국가경쟁력 강화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과제인 '고용률 70% 달성' 측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배 본부장은 "청년층이 취업하고 싶은 곳이 공무원, 공기업, 외국계 기업, 금융계라고 하던데 이 중 대기업을 제외한 4곳은 채용인력을 유지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를 조정한다는 것은 청년층 고용률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유호중 중소기업중앙회 전문위원은 "중소기업이 국가 근간이 되는 만큼 (비과세.감면) 축소가 아닌 강화로 가야 한다"고 밝힌 뒤 "사실 피터팬 증후군도 정부에서 야기한 것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견기업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은 조세연이 제시한 근로과세 소득공제 중 인적추가공제와 특별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근로소득자에게만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비중이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비해 낮은 것은 지하경제 양성화가 제대로 안돼 자영업자 등의 소득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1000만명 근로소득자들이 '왜 우리에게서 많이 걷냐'는 대목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조세저항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한 듯 정치권은 향후 당정협의 등을 통해 세제개편안 수정 방침을 제시할 예정이다.

새누리당 정책조정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27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열린 기획재정부와의 비공개 당정협의 직후 기자와 만나 "다음 달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에 구성한 조세개혁소위 논의를 통해 세제체계 개편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관련 부처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비과세.감면 정비를 통한 재원조달 계획에는 공감을 하면서도 세 부담이 늘어나는 대기업 및 일반 근로자들의 반발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일몰을 맞이한 비과세.감면은 폐지하되 곧바로 재설계 하는 형태의 연장안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재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은 "비과세 감면 축소는 기존 수혜자들의 조세 저항이 큰 탓에 정치권이 수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오는 10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yoon@fnnews.com 윤정남 김미희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