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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외국기업 국내투자 칭찬해야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8.05 17:19

수정 2013.08.05 17:19

[여의나루] 외국기업 국내투자 칭찬해야

최근 삼성전자가 향후 24조원의 투자를 한다고 발표했다. 많은 신문이 투자 계획을 크게 보도했다. 국민은 기업의 투자가 크게 늘어나니 우리 경제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보니 우리 경제에 대한 효과는 클 것 같지 않다. 24조원 투자의 대부분은 해외투자이고 국내투자는 10분의 1 정도다. 중국 시안의 반도체 공장, 쑤저우의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반도체 공장 등에 대부분 투자하고 국내는 화성 반도체 공장 생산라인의 2조5000억원 투자와 일부 연구개발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투자가 해외에서 이뤄지므로 공장 건설과 완공 후의 공장 운영에 필요한 근로자도 대부분 현지인을 고용할 것이다. 국내 근로자의 고용효과는 일부 기술자와 관리직 외에는 없을 것이다. 근로자소득세 등도 해당 투자국의 수입이 될 것이므로 우리나라 정부 재정에는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이익이 많이 나면 법인세가 늘어 그 부분은 우리나라 재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회사가 이익이 많이 나면 주주들이 주가상승이나 배당으로 덕을 보게 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 주주의 비율이 최근 47%이므로 이익도 절반은 외국사람 몫이다. 물론 해외공장 건설에 필요한 장비와 각종 부품 등의 일부는 한국에서 조달하므로 그로 인한 경제 활성화 효과는 있을 것이다. 참고로 삼성전자는 2013년 1·4분기 우리나라 1581개 상장기업과 186개 비상장 대표기업 총이익의 40%를 차지했다. 만일 외국 기업이라도 국내에 투자한다면 우리 경제에 훨씬 더 기여할 것이다. 미국 자동차회사인 GM KOREA가 24조원을 한국에 투자하면 한국인 근로자 고용이 늘어나고 부품 수요도 늘어나며 한국 정부의 재정수입도 늘어날 것이다. 이제는 투자의 경우 기업의 국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투자 지역이 중요한 것이다. 삼성, 현대의 해외 투자보다는 외국 기업이라도 한국에 투자하는 것을 환영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 기업의 국내 투자는 물론 외국인 투자도 적극 유치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국민이 말로만 외국인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실제로는 외국인 투자를 수용할 생각이 없는 점이 문제다. 즉 외국 기업이 국내에서 돈 버는 것을 용인하지 못한다. 일전에 미국의 투자기관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해 많은 이익을 보고 매각한 것에 대해 '먹튀'라는 비판 여론이 많았다. 론스타가 비난받는 가장 큰 이유는 돈 벌고 철수했다는 것이다. 수년 전 세계적인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까르푸가 국내에 진출했다가 국내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 철수한 바 있다. 이때는 우리나라 여론이 잠잠했다. 손해 보고 떠났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는 환영한다 하면서 외국 기업이 돈 벌고 떠나는 것을 용인 못하겠다는 생각은 외국인 투자를 안 받겠다는 것이다. 외국인은 한국에 왜 투자하는가? 돈 벌려고 투자한다. 한국에 투자하면 돈 벌 수 있다고 해야 투자할 것이다. 일전에 싱가포르에 진출한 국내 기업가의 이야기가 인상 깊다. 싱가포르 세무당국에서 조사가 나왔는데 비용처리가 안된 어떤 지출항목을 비용으로 처리할 것을 지적하면서 세금을 감면해 주었다고 한다. 한국 기업가가 고마워 "세무조사 나와서 오히려 세금을 줄여줘도 괜찮으냐"고 물었더니 싱가포르 공무원이 "우리가 당신 회사 주주인데(매년 이익의 일정 부분을 법인세로 징수하는 것을 의미함) 회사가 장기적으로 잘 돼야 우리에게도 좋다"라고 답하더란다.

최근 많은 기업이 높은 임금, 경직적인 노사관계 등으로 해외로 나가고 있다.

좋은 기업 여건은 투자해 이익을 남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울러 외국인 투자도 한국에서 이익을 남기는 것을 용인해야 한다.
기업 하기 좋은 여건이 일자리를 만든다.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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