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사업 구조조정 위한 ‘합병·분할’ 지배구조 개선 도구로 활용

김문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0.20 17:19

수정 2014.11.01 12:08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 냉연사업 부문을 합병하기 로 최근 결정하는 등 기업들의 합병·분할 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사옥 전경.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 냉연사업 부문을 합병하기 로 최근 결정하는 등 기업들의 합병·분할 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사옥 전경.

'기업(사업부문) 쪼개기'와 '합치기'가 달라졌다. 금융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기를 겪으면서 사업 구조조정과 재편을 위한 합병·분할이 이제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경영권 승계의 방편이 되고 있다.

■기업들 합병·분할 이어져

지금 증권업계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중 하나가 제일모직 패션 사업의 삼성에버랜드 이관이다.

제일모직은 패션사업부를 삼성에버랜드에 넘기기로 했다. 양도가액은 1조500억원. 두 회사는 주주총회를 거쳐 오는 12월 초에 자산과 인력 이관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패션과 전혀 무관한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 사업을 인수하는 배경을 놓고 사업조정 이상일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25.1%,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이 각각 8.3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에버랜드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삼성그룹의 3세 경영 구도를 완성하기 위한 작업이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힘이 실리는 행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삼성 계열사간 짝짓기도 한창이다. 삼성SDS가 지난달 27일 삼성SNS를 흡수합병키로 한 것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크레듀의 몸집을 키우는 것(세리CEO 합병)역시 삼성SDS를 떼놓고 설명하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비상장사인 삼성SDS가 삼성SNS를 흡수합병하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은 11.26%로 2.45%포인트 증가하게 된다.

오진원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0일 "향후 2세들이 보유한 비상장사들의 추가적인 합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이벤트는 지속적인 삼성SDS, 삼성물산 등에 대한 관심을 환기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도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계열사 간 합병이 이슈가 되고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엠코 합병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2011년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당시 채권단과 맺은 '합병금지 시한'이 지났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해소와 2세 승계를 위해서는 그룹 대주주 일가의 기아차 보유 현대모비스 지분(16.8%)을 사들여야 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자금이 필요한데 현대건설, 현대엠코 합병이 추진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대해 회사측은 "합병에 대해 내부에서 논의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 냉연제품의 제조 및 판매 사업부문을 합병키로 결정했다. 합병이 끝나면 현대하이스코의 최대주주(29.37%)인 현대차는 현대제철 지분을 새로 보유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정몽구 회장이 합병 후 보유하게 되는 현대제철 주식을 기존 현대제철이 갖고 있는 현대모비스 주식과 맞바꿀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 경우 현대차 지배구조의 취약점인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정몽구 회장의 장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게 주식지분을 몰아줄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의 분할도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 주식은 최근 지주회사 한진칼과 사업회사 대한항공으로 분할돼 재상장됐다. 그러나 순환출자구조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한진칼 → 정석기업→ 한진→ 한진칼의 순환출자구조로 바뀌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지분이 27.21%로 가장 높은 정석기업을 주축으로 대한항공 지분을 보유한 한진칼 혹은 한진과의 합병을 통한 순환출자 해소를 예상해 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강성진 동양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분할은 한진그룹이 지주사체제로 가는 첫걸음으로 앞으로 한진칼의 대한항공 주식 공개매수(현물출자방식), 순환출자구조해소(정석기업과 한진칼 또는 ㈜한진과의 합병)의 과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한진그룹의 대주주들은 지배구조의 정점에 오는 기업에 대한 지분율을 높이려고 할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계 구도까지 겨냥한다면 시나리오는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조양호 회장 세 자녀(조원태, 조현아, 조현민)의 낮은 지분율(한진 각 0.03%, 대한항공 각 1.06%, 한진칼 각 1.06%)이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기업들의 기업 합병과 분할도 이어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유가증권 상장사들이 낸 합병공시는 60건(16일 기준)에 달한다. 기업분할도 27건(10월 16일 기준)에 달한다

■지나친 기대감 갖지 말아야

합병·분할이 발표되면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배구조 개편과 2세 경영권 승계과정 등에서 최대주주들이 기업가치를 높이려 할 것이란 기대 덕분이다.

문제는 지배구조 개편으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몇몇 기업은 사업전문화에 대한 신중한 고려 없이 합병 분할에 나서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딱히 구별되는 사업군이 없고 지주회사 체제 구축의 필요성이 적은데도 막연한 주가 상승을 노리는 경우다.

또한 연결재무제표를 만드는 데 따른 불편을 피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가 한 전문가는 "합병은 기업의 성장을 위해 기존 사업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것이라면 분할은 합병과 달리 효율적인 조직관리와 최적의 운영을 이끌기 위한 전략"이라며 "합병과 분할을 통해 새로운 동력을 모색하는 기업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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