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주가 떨어지자 ‘경영권 승계’ 본격화

김기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0.31 17:24

수정 2014.10.31 19:21

주가 떨어지자 ‘경영권 승계’ 본격화

올해도 주가 하락기에 일부 기업들의 주식 증여가 활발했다. 싼값에 주식을 넘겨 경영권 승계구도를 본격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보통 증여세는 증여 재산의 시가를 기준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주가 하락시 주식을 양도받게 되면 일정 부분 절세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시장가격 하락은 리스크 상승을 동반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가업 승계 '박차'

10월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주식증여를 통해 지분을 넘긴 상장사는 코스피기업 17곳, 코스닥 19곳 등 총 36곳이다.

이들 기업의 증여 목적은 대부분 가업승계 차원에서 이뤄졌다.


지난 10월 23일 대성그룹은 김영훈 회장의 장남 김의한씨가 대성홀딩스 지분을 대량으로 증여받아 3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김의한씨는 10월 17일 김 회장의 첫째 누나 김영주 대성그룹 부회장과 둘째 누나 김정주 대성홀딩스 공동대표이사로부터 각각 312만414주, 155만7203주의 대성홀딩스 주식을 증여 받았다.

김의한씨는 이 중 200만주를 시간외 매매를 통해 주당 7456원에 매각해 현재 총 267만7617주(16.64%)를 보유하고 있다. 시간외 매매는 증여세를 내기 위한 절차로 풀이된다. 이번 증여를 놓고 대성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대성홀딩스 주식은 올 초 8070원에 머무른 이후 지난 5월 말 1만원대에 근접했지만 현재 8600원대로 고점보다 10% 이상 하락한 상태다.

9월 초 AJ렌터카 역시 아주그룹의 차남 문재영 신아주그룹 회장이 자신이 보유했던 AJ렌터카 지분을 동생인 문덕영 회장의 자식들인 문지회, 문선우씨에게 모두 넘겼다. 3세 체제로의 지분 정리가 본격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5월에는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이 조현아,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 등 세 자녀에게 주식 211만2000주를 증여했다. 다만 당시 취득단가는 3만6600원이었지만 현재 주가는 3만4000원대로 다소 줄어들었다.

코스닥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통신은 최근 주식증여로 최대주주가 이내흔 회장(14.46%)에서 이건구 대표이사(24.01%)로 변경됐다. 이 회장이 150만주를 증여한 탓이다. 현대통신 주가는 올 들어 2000원대 언저리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주식증여≠절세

다만 전문가들은 주식증여가 후계 구도 작업에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는 있지만 단순히 절세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또는 코스닥시장 주식은 평가 기준일(증여일 또는 상속 개시일) 이전.이후 각 2개월(총 4개월) 동안 공표된 매일 거래소 최종 시세가액의 평균액으로 평가토록 돼 있다.


즉, 증여일이 10월 30일인 경우 증여재산은 8월 31일부터 12월 29일의 종가 평균에 물려준 주식 수를 곱한 게 총 증여재산이 된다. 만약 과거 주가가 많이 하락했을 경우 증여를 하게 되면 세금를 줄일 수 있지만 이후 두달간 주가가 급등한다면 결국 절세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김영준 SK증권 연구위원은 "주식의 성격 자체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시장 가격이 싸다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도 높다는 의미"라며 "주식증여로 절세를 노린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통념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kiduk@fnnews.com 김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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